소비자물가는 최소 내년 하반기가 되어야 진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 상승률은 기저효과로 10월 일시적 3%대를 기록한 후 내년 상반기까지 2%대, 그 이후 1%대로 내려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세계적인 공급망 차질로 물가 상승률 하락 예상 시점이 ‘내년 초→내년 하반기’으로 늦춰지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오는 25일 수정 경제 전망을 발표한다.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커지면서 관련 전망치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한은이 예상한 올해와 내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2.1%, 1.5%다. 내년 초가 되면 물가가 안정되면서 상승률이 1%대로 하락할 것으로 바라본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공급 병목 현상이 길어지면서 한은은 이번 수정 경제 전망에선 물가 상승률 둔화 예상 시점을 기존보다 더 뒤로 늦출 가능성이 크다. 이미 한은은 이런 속내를 최근 내비친 바 있다. 지난달 25일 펴낸 ‘최근 우리 경제의 주요 이슈 점검’ 보고서가 그 예다.
한은은 이 보고서에서 “최근 80달러대로 상승한 국제유가가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높아지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8월 전망치(2.1%)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2%를 상당 폭 상회하는 수준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애초 전망값인 2.1%를 웃돌고 내년까지 한동안 2%대가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 전문가들도 물가 상승률 둔화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예측한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을 기록하고, 내년 공급망 차질이 안정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반기 2.2%, 하반기 1.2%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혹시라도 최악의 상황이 발생해 내년에도 공급망 차질이 해소되지 못할 경우 물가 상승률 둔화 시점은 내년 말이나 내후년으로 미뤄질 수 있다.
한은은 2일 ‘최근 물가상황에 대한 평가’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통신비 지원에 따른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유류세 인하 조치가 시행되면서 점차 둔화하겠으나 당분간 2%를 상당 폭 상회하는 수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에너지 수급불균형 지속 등으로 유가,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 오름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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