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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인플레 우려’ 요란했는데 미국 주가는 왜 치솟나?

등록 2021-11-07 09:25수정 2021-11-08 15:51

[한겨레S] 정남구의 경제 톡
테이퍼링 시작과 주가 상승
미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가운데 지난 1일 뉴욕 증권거래소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가운데 지난 1일 뉴욕 증권거래소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코로나19 대유행의 타격에서 아직 덜 회복된 세계 경제에 인플레이션이 복병으로 다가오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한 통화완화 정책을 언제부터 어느 정도 속도로 거둬들여야 할 것인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RB)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큰 고민에 빠졌다.

통계청은 10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했다고 2일 발표했다. 9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10월 상승률엔 약간의 착시가 있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5200억원을 들여 1800만여명에게 2만원씩 통신비를 지원했는데, 이로 인해 물가가 전달보다 0.6% 하락했다. 그런데 올해는 통신비 지원이 사라져 그만큼 물가가 올랐다. 그 효과를 제거해도, 올해 10월 물가는 2.5% 올랐다.

주범은 석유류다. 휘발유와 경유, 엘피가스 등 석유류 6개 품목 가격이 작년 10월보다 27.3% 폭등했다.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석유류의 가중치는 1000 가운데 43으로, 10월 물가 상승률을 1.03%포인트 끌어올렸다. 유가 상승은 다른 공업제품 가격도 끌어올린다.

러, 공급 제한에 천연가스값 폭등
대체재 석유값 급등하며 물가 견인

미 물가 상승 주범은 기름값

한국은행은 이미 8월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0.5%이던 기준금리를 0.75%로 올렸다. 코로나 위기를 맞아 지난해 3월 1.25%에서 0.75%로, 5월에 다시 0.5%로 내린 지 15개월 만의 방향 전환이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 때문은 아니다. 가계가 저금리에 기대 부동산을 계속 매입하고 있는데, 그로 인한 부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10월12일 열린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11월25일 회의에서 또 한번 올릴 가능성이 크다. 10월의 높은 물가 상승률이 인상 주장에 힘을 더 실어줄 것 같다.

미국의 물가 상승은 훨씬 심각하다. 10월13일 미국 노동부는 9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5.4% 올랐다고 발표했다. 13년 만의 최고치였다. 미국 물가를 크게 끌어올리는 항목으로 크게 주거비, 자동차, 에너지 3가지를 들 수 있다.

미국은 임대료 외에 자가주거비를 소비자물가에 반영하고 있다. 자기 소유의 집에 거주하는 경우도 자신에게 임대료를 내는 것으로 보고, 그 임대료를 물가지수 작성에 포함시킨다. 9월 물가 통계를 보면 임대료는 전년 동월 대비 2.4%, 자가주거비는 2.9% 올랐다. 가중치를 고려해 두 항목이 끌어올린 기여도를 계산하면 전체 상승률 5.4% 가운데 0.9%포인트를 차지한다.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 차질로 신차 생산이 부진해 신차(8.7%)와 중고차(24.4%) 값이 모두 올랐다. 두 항목의 물가 상승률 기여도는 약 1.2%포인트다.

휘발유가 42.1% 폭등하는 등 에너지 가격은 24.8%나 뛰었다. 물가지수 가중치가 100 가운데 7.294에 이르러 영향도 크다. 계산해보면,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5.4% 가운데 약 1.8%포인트가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것으로 나온다. 역시 인플레이션의 주범은 기름값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이 소유한 세계 최대의 석유회사 아람코가 2019년 12월 서둘러 상장을 추진하던 때만 해도, 국제유가는 향후 하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재생가능에너지를 활용한 전력 생산 확대, 미국의 셰일가스에다 2020년부터 브라질, 캐나다, 노르웨이, 가이아나 등의 원유 생산 확대로 ‘원유 홍수’ 현상이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 퍼졌다. 아람코는 애초 계획보다 매우 쪼그라든 규모로 상장을 추진했다.

실제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배럴당 50달러대에서 움직이던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값이 2020년 초 40달러대로 떨어졌다. 코로나 대유행이 겹치자 4월에는 한때 10달러대로 내려앉았다. 그런데 이후 완만하게 오르며 올해 초 50달러 선을 회복하더니 10월 들어서는 80달러대까지 올라섰다. 80달러 돌파는 셰일오일발 충격으로 유가가 긴 하락세로 접어들기 직전인 2014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미 연준은 “인플레는 일시적” 판단
긴축 우려 불식, 미 증시 연일 상승

긴축 우려 덜고 미 증시 ‘최고치 행진’

코로나 대유행으로 움츠러든 경제활동이 다시 기지개를 펴면서 원유 수요는 회복돼왔다. 그것이 2021년 석유 가격을 올렸다. 예년 같으면 10월에는 수요가 정체기에 접어든다. 겨울철을 앞두고 재고를 다 쌓은 뒤이고, 석유 생산국들이 수출을 늘리는 때라서다. 그런데 올해는 10월 들어 원유값이 더 가파르게 올랐다. 천연가스 가격 급등이 방아쇠가 됐다. 석유로 대체 수요가 쏠리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 완만하게 오르던 천연가스 가격은 유럽에 대한 러시아 가스프롬의 보복성 제한 공급으로 9월에만 50%가량 급등했다. 라니냐로 인해 올겨울 유럽에 한파가 몰아칠 것이라는 우려도 석유 대체수요를 늘리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이끌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원유 생산을 늘릴 것을 요구했으나,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 장관은 10월14일 “이미 계획된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수요를 충족하고 시장을 안정시키기에 충분하다”고 일축했다. 사우디는 2007년과 2018년 원유값 급등 때 증산 요구를 받아들였다가 재고 증가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

특별한 변수가 없었다면 원유 가격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게 정상이라는 데 많은 분석가들이 동의한다.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에 다들 주목하고 있다.

세계의 중앙은행이라 할 수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2일부터 이틀간 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코로나 대유행에 대응해 월 1200억달러어치씩 사들이던 채권 매입 규모를 매달 150억달러씩 줄이기로 결정했다. 완만한 속도로 ‘테이퍼링’에 착수한 것이다. 다음 수순은 제로금리에서 벗어나는 금리 인상인데,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인플레이션은 대부분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변수들이 반영된 것”이란 견해를 고수했다. 인플레이션이 전면적 경기회복에 따른 것이 아니라, 금리 인상을 앞당길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긴축’ 우려를 덜어낸 미국 증시는 기업 실적 회복에 기대 3일까지 나흘 연속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한겨레 논설위원. 경제부장, 도쿄특파원을 역임했다. <통계가 전하는 거짓말> 등의 책을 썼다. 라디오와 티브이에서 오래 경제 해설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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