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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무개(63)씨는 자녀가 장성해 다 집을 떠나고 넓은 집에 부부 둘만 산다. 고민 끝에 서울 마포구에 있는 집을 팔고 지하철이 잘 연결된 수도권 새도시의 작은 집으로 이사할까 하고 집값 시세를 자주 살펴보고 있다. 네이버 부동산 시세를 주로 보는데, 그는 “호가가 실거래가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경우가 많아 ‘가격 협상을 잘 못하는 나 같은 사람은 집 사고팔았다가 바보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걱정했다. 집값 흐름도 그에게는 큰 관심사인데 언론에 계속 보도되는 한국부동산원이나 케이비(KB)국민은행의 통계도 “실거래가와 차이가 매우 큰 호가를 반영해 산출한 것 같아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에스앤피(S&P)가 집계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민간 주택가격통계인 케이스-실러 지수는 주요 대도시 지역을 대상으로 최소한 두번 이상 거래된 단독주택의 가격 변화를 지수화한다. 실거래가 지수다. 8월 지수라면 두 달이 지난 10월 마지막 주에 공개한다. 오류값을 수정하거나, 이상 수치를 제거하는 등 보정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적시성이 조금 떨어지지만, 정확성은 상대적으로 높다. 그러나 ‘빨리빨리’란 말을 전세계에 수출할 정도로 성미 급한 한국인들은 그런 느려빠진 지표를 기다리지 못한다.

매주 월·화요일 조사해 목요일 발표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는 전국 209개 시군구 3만2900 표본을 대상으로 집값을 조사한다. 월·화요일에 조사해 목요일에 주간 지수를 발표하고, 월간 지수는 매월 말일을 포함해 5일간 조사한 뒤 2주 뒤인 다음달 중순에 공표한다. 케이비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조사는 전국 240개 시군구에서 6만7720개(아파트는 6만2220개) 표본을 조사한다. 주간 지수를 발표하고, 월간 지수는 ‘매월 15일이 포함된 주의 월요일’을 기준 시점으로 하여 5일간 조사하고 다음달 1일에 공표한다. 지난주 가격지수를 알려줄 만큼 속보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정확성 측면에서 무리가 따를 것임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두곳 모두 실거래가만으로 지수를 산출하지 않는다. 거래가 이뤄진 표본이 적어서 애초 불가능하다. 한국부동산원은 “소속 전문 조사원이 조사 대상 주택의 실거래가 및 거래 사례 요인 비교를 통해 가격을 결정하여 시스템에 입력하거나, 거래 사례가 없을 경우 매물가격 협력 공인중개업소 및 거래정보 사이트 조사가격 등을 종합하여 거래 가능 가격을 판단한다”고 설명한다. 국민은행은 “표본주택이 거래가 된 경우에는 실거래가격을, 거래가 되지 않은 경우에는 매매(임대) 사례비교법에 의하여 조사된 가격을 해당 지역 부동산중개업소에서 직접 온라인상 조사표에 입력”한다고 설명한다. 호가는 절대 조사하지 않는다고 강조하지만, 중개업소 가격이 호가와 아주 무관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두 조사기관이 표본주택 조사를 거쳐 산출·공표한 지수의 흐름을 나중에 파악한 실거래가의 흐름과 비교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한국도시연구소와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동으로 지난 10일 ‘2023년 상반기 실거래가 분석을 통해 본 주거 정책의 현안과 과제’란 보고서를 내놨다. 이 연구에선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2006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전국 1359만여건(서울 215만여건)의 매매 데이터를 수집했다. 아파트의 ㎡당 실거래가를 주간 단위의 지수(지수화한 실거래가)로 만들었다. 이를 한국부동산원의 지수, 국민은행의 지수와 비교했다.

한국도시연구소의 지수화한 실거래가(전국)는 2017년부터 2021년 사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출렁거리는 일이 잦았다. 2018년 8월27일 115.4에서 6개월 뒤인 2019년 2월18일 66.1까지 급락했고, 2019년 12월16일 106.1까지 올랐다가 넉달 뒤인 2020년 4월6일 73.5까지 떨어졌다. 몇달 사이에 냉탕과 온탕을 오간 모양새다. 이 기간 동안 한국부동산원과 국민은행 지수는 비교적 평탄한 가운데 소폭 상승했는데, 추세는 세 지수가 모두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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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표본에 검증 없이 발표

2020년 4월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한 유동성 확대 때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집값이 급등한 것도 모든 지수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뒤 집값 흐름은 다르다.

지수화한 실거래가로 보면 2021년 8월2일 107.8에서 2022년 10월24일 76.2까지 떨어졌지만 그 뒤 급반등해 올해 6월26일 112.6까지 큰 폭으로 오른다. 이와 달리 한국부동산원 지수는 2022년 8월부터 올해 6월 말까지 계속 하락한다. 국민은행 지수도 2022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계속 하락한다. 한국부동산원 지수와 국민은행 지수 사이에도 차이는 있지만, 그 차이는 지수화한 실거래가와의 차이에 비하면 차이랄 것도 없는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만 놓고 보면 흐름이 아예 정반대다. 한국부동산원과 국민은행의 지수 모두 집값이 계속 떨어졌다고 하는데, 실거래가는 큰 폭으로 올랐다.

실거래가를 집계해 지수화한 조사가 우리나라에도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주간, 월간 지수와 별개로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실거래지수)를 매달 발표하고 있다. 월간 지수 발표보다 한달 늦게 나온다. 한국도시연구소와 주거권네트워크가 지난 8월 발표한 ‘실거래가 분석을 통해 본 주거 정책의 현안과 과제’ 연구보고서를 보면, 한국도시연구소의 지수화한 실거래가와 한국부동산원의 실거래지수는 “전국과 서울을 포함한 모든 지역에서 미세한 차이가 있을 뿐 전반적인 흐름이 일치한다”고 밝혔다. 한국부동산원의 실거래지수는 정확히 집계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실거래지수로 보면, 전국 아파트값은 올해 1월 116.3에서 7월 122.6으로 6개월 사이 5.4% 올랐다. 이와 반대로 국민은행의 월간 아파트매매가격지수는 같은 기간 4.9%(서울은 4.6%) 떨어졌다고,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아파트매매가격지수는 3.5%(서울은 1.7%) 떨어졌다고 설명한다. 실거래가 흐름을 이렇게 벗어나 있는 가격지수를 과연 믿어도 될까? 두 조사기관의 주간, 월간 가격지수 사이에도 차이는 나지만, 두 지수와 실거래가 사이의 큰 차이에 비하면 도긴개긴이다.

실거래가만으로 가격지수를 만든다고 흠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격이 높은 주택의 거래가 빈번할 경우 과대 대표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런 약점은 거래된 표본이 많지 않은데도 무리하게 수치를 채워넣어 집계한 뒤 별 검증 없이 발표하는 지수의 부정확성에 비하면 사소한 것이다. 우선 주간 단위의 주택가격 조사라도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한겨레 경제부장, 도쿄특파원을 역임했다. ‘통계가 전하는 거짓말’ 등의 책을 썼다. 라디오와 티브이에서 오래 경제 해설을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