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내년 세 차례 금리인상”…주가에 그렇게도 독일까?

등록 2021-12-25 09:10수정 2021-12-25 09:47

[한겨레S] 정남구의 경제 톡
미국 연준에 쏠린 눈
금리 인상은 주식시장에 독일까. 지난 23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가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금리 인상은 주식시장에 독일까. 지난 23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가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가 코로나19 신종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을 세계보건기구(WHO)에 처음 보고한 것은 11월24일이다. 다우지수는 이날 3만5804로 마감됐는데, 거래일수로 나흘 뒤인 12월1일 3만4022(종가)까지 떨어졌다가 회복됐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경기 회복세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한때 퍼졌기 때문이다. 오미크론을 제외하면, 미국 증시의 주가를 움직이는 가장 큰 변수는 여전히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이다. 연준이 통화 긴축 시기를 서두르고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을 때면 주가가 급락하곤 한다. 금리 인상은 주식시장에 그렇게도 독인가?

금리 인상이 경기회복 때문이면
기업 실적 좋아져 주가도 올라야

‘금리 인상=주가 하락’ 절대 공식 아냐

어떤 주식이 아직 살 만한지 따질 때, 투자자들이 고려하는 것은 크게 세가지다. 우선 주주에게 배당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기업의 이익이 얼마인지 살펴 주가가 싼지 비싼지 본다. 성장성도 중요한 변수다. 앞으로 이익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기업의 주식은 그렇지 않은 기업 주식보다 훨씬 매력적이다. 금리도 투자 의사 결정에 중요한 변수다. 금리가 낮으면 투자자들은 기대수익을 낮춰 잡고, 주식 가치를 높게 쳐준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금리 상승은 주가에 부정적이다.

그런데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왜 올리는가 생각하면 ‘금리 인상=주가 하락’이란 등식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대체로 금리 인하는 불경기에 경기 부양을 위해 하고, 금리 인상은 경기가 회복될 때 시작한다. 경기가 회복되면 기업 실적은 대체로 좋아진다. 이때는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게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일본의 투자분석가인 우라카미 구니오는 1990년에 쓴 <주가 사이클 분별법>(우리나라에선 <주식시장 흐름 읽는 법>이란 제목으로 번역됨)이란 책에서 경기 순환 국면에 따라 주식시장에도 4계절이 나타난다고 했다. 호경기에 주가는 상승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계속 올리면 주가는 결국 하락세로 돌아선다. 이어 금리가 높은데 기업 실적까지 나빠지는 국면이 나타나 주가가 더 하락한다. 그러면 중앙은행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다시 금리를 낮춘다. 저금리 국면이 이어지면 유동성의 힘에 의해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데, 우라카미는 이런 때를 ‘금융장세’라고 했다. 그다음은? 우라카미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지만,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서 기업 실적이 좋아지기 때문에 주가가 본격적으로 오르는 계절이 펼쳐진다’며, 이를 실적장세라고 했다. 금융장세, 실적장세 같은 표현은 지금도 널리 쓰인다.

미국 연준은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한 제로금리 정책을 벗어나 슬슬 금리를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15일 끝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에서 연준은 11월에 시작한 테이퍼링(양적완화의 점진적 축소)의 종료 시점을 내년 6월에서 3월로 앞당기고 내년에 세차례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전망을 내놓았다. 주식시장은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었다며 안도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7일 <시엔비시 >( CNBC) 인터뷰에서 “연준이 내년에 예상대로 금리를 올린다면, 이는 미국의 경기 사이클이 긍정적 발전단계에 있다는 확실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라카미의 말처럼, 앞으로 미국 증시도 금융장세에서 실적장세로 매끄럽게 옮겨갈까?

미국 주식시장의 역사를 돌아보면, 우라카미의 설명과는 다른 점을 볼 수 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급격히 올릴 때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하거나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1990년 이후 미국 연준이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린 것은 세차례다. 1994년 1월(3.0%)에서 1995년 2월(6.0%) 금리 인상기에는 다우지수가 1월 최고치 4002에서 4월 3520까지 떨어졌는데, 1995년 12월에도 최고치가 4034에 머물렀다. 2004년 6월(1.25%)에서 2006년 6월(5.25%)까지 금리 인상기에는 다우지수가 1년 반가량 옆걸음질을 하다가 2005년 11월에야 상승세를 보였다. 2015년 11월(0.125%)에서 2018년 12월(2.375%)까지 인상기에는 금리 인상 개시 4개월 전부터 다우지수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주가는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뒤 1년가량 지나서야 상승세로 접어들었다. 금융장세에서 실적장세로 매끄러운 전환이 이뤄지지 않고 초기 단계에서 금리 인상의 부정적 충격이 매우 크게 나타났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것은 왜일까? 금리 인상이 시작되기 전 유동성에 기댄 주가 상승폭이 매우 컸다는 점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뒤 유동성 거품이 꺼지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금리 인상기에는 고성장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폭등한 기업의 실적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사태가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연준의 통화 긴축 우려로 주가가 출렁거릴 때 이른바 ‘기술주’의 주가 변동성이 큰 것에도 그런 우려가 실려 있다.

실제 미국증시선 매번 주가 하락
‘유동성 거품’ 후유증 컸던 까닭

정답은 기업 실적에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때 급락했던 미국 주가는 ‘언제 경기 후퇴가 있었냐’ 싶을 정도로 지금은 큰 폭으로 올라 있다. 21일 종가 기준으로 다우지수는 코로나 팬데믹이 퍼지기 직전인 2020년 2월 종가에 비해 39.7% 올라 있다.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 상승률은 그 갑절인 79%에 이른다.

주가가 적정 수준인지 따져보는 기준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게 주가수익비율(PER)이다. 주가가 최근 12개월간의 주당순이익의 몇배인지를 따지는 후행피이아르로 보면, 현재 미국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주가수익비율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와 비슷하게 나온다. 버핏지수로 불리는, ‘국내총생산 대비 주식시장 시가총액 비율’은 세계 금융위기 때보다 높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투자자들이 주가를 기업 실적에 냉정하게 비춰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증시를 외국 투자가들에게 개방한 이후 코스피지수 흐름을 보면,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기인 2004년 6월부터 2006년 6월 사이, 2015년 11월부터 2018년 12월 사이 모두 주가가 상승했다. 그 시기에 우리나라 경기는 회복 국면에 있었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폭은 작았다. 미국과 달리, 실적장세의 모습을 나타냈다. 이번엔 어떨까? ‘기업 실적’만이 그 답을 알고 있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주말 뉴스를 가장 손쉽게. 레터>를 ‘무료’ 구독해주세요.

구독하기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51115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윤 대통령 ‘체코 원전’ 매달릴 때, 한국경제는 사면초가 1.

윤 대통령 ‘체코 원전’ 매달릴 때, 한국경제는 사면초가

추석 귀경길 ‘농로대란’ 일으킨 티맵 “그렇게 몰릴 줄 몰랐다” 2.

추석 귀경길 ‘농로대란’ 일으킨 티맵 “그렇게 몰릴 줄 몰랐다”

모건스탠리발 반도체 비관론, 근거 따져보니 3.

모건스탠리발 반도체 비관론, 근거 따져보니

거품 낀 벤처처럼 와르르…삼성전자 주가는 왜 파랗게 질렸나? 4.

거품 낀 벤처처럼 와르르…삼성전자 주가는 왜 파랗게 질렸나?

SK하이닉스·삼성전자 등 반도체주 급락…미 ‘빅컷’에도 코스피 하락 5.

SK하이닉스·삼성전자 등 반도체주 급락…미 ‘빅컷’에도 코스피 하락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