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4일 오전 서울 서대문 자신의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직격인터뷰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나라살림 운용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출연 연구기관으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있다. 국회에는 국회예산정책처가 있다. 민간에도 국민을 위해 비슷한 구실을 하는 곳이 있을까? ’나라살림연구소가 있다’고 하면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공공재정 혁신 방안을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이 연구소의 모토다. 연구소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국회의원실 등의 용역을 받아 연구를 수행하는 한편으로, <나라살림 브리핑>, <나라살림 레터> 등 공공을 위한 분석자료들을 꾸준히 생산하고 있다. 시민단체 활동, 국회의원 보좌관과 국회 당전문위원 등으로 일한 뒤 2016년 합류해 설립자인 정창수 소장과 함께 연구소 성장을 함께 이끌어온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이 연구소를 대표하는 연구자 가운데 한 명이다.
코로나 대유행에 따른 대응 과정에서 2020년 4차례, 2021년 2차례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있었고, 올해도 새해가 시작된 지 한달도 되지 않아 정부가 추경안을 국회에 냈다. 정부 지출 규모가 크게 팽창하면서, 재정 적자 폭도 커졌다. 한국 재정 역사에서 이런 급속한 재정 팽창이 일어난 것은 1998년 외환위기와 그 뒤 후유증을 치유하기 위해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하던 때에 이어 두번째다. 그런 가운데 3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여야 후보들이 앞다퉈 대규모 재정 지출이 필요한 공약들을 발표하고 있다. 앞으로 나라살림 운영에 문제는 없을까? 이 연구위원을 4일 서울 서대문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 연구위원은 “여야 후보가 공약을 이행하려면 100조원으로도 모자랄 것"이라면서 “하지만, 당선되고 난 뒤 100% 공약을 이행하는 것은 못 봤다.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적극적인 증세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늘어나는 조세 수입으로 재정 수요를 상당부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 재정의 지속 가능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공익을 위한 연구자료를 많이 내서인지, 나라살림연구소를 시민단체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연구소에서 하는 일은 연구 용역 수행하는 게 70%가량 됩니다. 연구 용역은 지방자치단체 발주 연구가 가장 많죠. 단체장이나 여야 국회의원실이 용역을 발주하기도 합니다. 공공재정 혁신을 위해 이런저런 자료를 만들고 발표하는 게 30% 정도 되는데, 연구소 자료를 인용해 쓴 기사를 보고 회원 가입하겠다는지, 후원금 내겠다는 전화가 가끔 걸려옵니다.”
―5년 정도 일하셨는데, 열심히 한 보람이 있다고 느낀 일을 꼽으신다면?
“2019년 11월이었죠. 전국 243개 지자체의 2018년도 세입·세출 결산서를 전수조사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예산에 배정하고도 회계연도 안에 집행을 하지 못해 쌓아두고 있는 ‘순세계잉여금’이 35조원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내수 부진이 경기 회복에 큰 걸림돌이었는데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한겨레>도 1면 머리기사로 실었는데, 그 자료가 나간 뒤 많은 제도가 바뀌었습니다. 행정자치부가 지자체를 평가하는 기준에도 영향을 줬고요. 그 보고서가 나간 뒤로 전국 지차체 순세계잉여금이 최소 10조는 줄었을 겁니다. 그만큼 지출이 늘어 경제성장률에도 적잖은 영향을 주었다는 의미죠.”
―정부 재정, 즉 나라살림이 우리나라에서 주요 의제로 떠오른 건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닙니다.
“외환위기 이전까지는 재정적자도 국가부채도 규모가 작아서 별 논란거리가 되지 않았지요.”
―그래선지, 나라살림을 보는 관점이 대개 ’재정적자를 덜 내고, 국가채무비율은 낮게 유지해야 한다’는 쪽에 치우쳐 있는 것 같습니다.
“재정과 관련된 근본적 오해가 있습니다. 첫째 국가 재정을 가계 살림에 비유하다보니 생기는 오해인데요. 가계는 벌이가 줄면 허리띠를 졸라매고 급하지 않은 소비를 줄이는 게 합리적이죠. 그러나 국가는 경기가 나쁠수록, 그래서 세금이 덜 걷힐 때 오히려 지출을 늘려야 합니다. 가계와 나라의 살림은 운용 목표가 다르고 원칙은 정반대인데, 나라살림에 가계경제 원칙을 들이대는 건 미술 선생님이 수학 그래프를 평가하는 셈이지요. 또 지방재정은 중앙정부 재정과 달리 균형재정이 원칙입니다.
결국 ‘나라 곳간’이란 말은 틀린 표현이지요. 현대국가의 재정은 흉년에 풀고자 풍년 때 나라에서 곡식을 거둬 곳간에 가만히 보관하는 게 아닙니다. 시장에 이른바 ‘돈맥경화’가 생기면 펌프를 3단에 넣고, 시장이 잘 작동하면 1단으로 속도를 조절하는 ‘펌프’에 비유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둘째, 특정 시점의 나라살림 살이를 평가하면서 쓰는 ’재정 건전성’이란 표현인데요. 다른 나라에선 거의 안 씁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에선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란 표현을 주로 씁니다. 재정 건전성은 마치 부채가 발생하면 재정이 불건전해졌다는 이미지를 줍니다. 부채는 낮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하고 적절한 부채가 좋은 것입니다.”
―미디어전문매체에서 경제 기사 비평을 오래 해오셨는데, 잘못된 고정관념이 담긴 보도 사례를 든다면요?
“결산보고서가 나오면 ‘재무제표상 정부부채’를 언론이 많이 보도하는데, 오해를 부르거나 그러라고 악용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재무제표상 정부부채에는 공무원연금, 군인연금이 미래에 줘야 할 돈을 연금충당부채라고 하여 부채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연금충당부채는 공무원이 연금에 기여금을 많이 내면 오히려 부채규모가 더 커지게 됩니다. 은행에 저축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은행의 ‘예수 부채’가 커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재무제표상 부채는 국민이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부채는 아닌데도 불안, 불신을 키우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재정 운용이 중요한 정치 의제로 떠오른 건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닙니다. 정부 지출을 크게 늘려야 할 특수한 사정이 몇 차례 생긴 게 계기라고 할 수 있겠지요.
“우리나라 예산 분류 체계가 만들어진 게 2004년이고, 국가재정법이 2006년 제정됐습니다. 산업화, 민주화의 역사는 길지만, 대한민국 재정의 역사는 그때 시작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07년까지 국내총생산의 20% 안팎을 넘나들던 재정 규모가 2021년 27%대까지 커졌습니다. 그런데, 지난날 예산을 놓고 분야별 배분 내역을 보면 , 어떤 정부 것인지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규모는 커졌지만, 재정 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이야깁니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사회복지 지출을 엄청 늘렸다고 많은 국민이 착각하는데, 국내총생산 대비 비율을 보면 여전히 오이시디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이고, 평균의 절반을 약간 넘는 정도입니다.”
―국가부채 비율이 크게 높은 선진국에서도 과거 소극적인 재정 운용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재정 지출을 늘리는 움직임이 보입니다.
“1991년 옛 소련 붕괴가 전세계 진보 지식인의 사상을 크게 바꾸는 계기였다면, 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전세계 우파 지식인의 사고를 크게 바꿔놓은 것 같습니다. 2008년 이전과 이후의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를 보면, 이게 한 곳에서 나온 게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그 이전에는 ‘부의 재분배’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죠. 그 이후에는 재정의 구실에 대한 언급이 너무 진보적입니다. 2020년 코로나 위기도 2008년에 필적할 정도로 커다란 사상적 변화를 초래하는 역사적 사건입니다. 최소한 재정의 관점에서는 그렇습니다.”
―세계 금융위기 때도 각국이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규모 재정 투입을 했습니다만, 2020년 초 시작된 코로나 대유행을 맞아서도 엄청난 재정 투입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재정의 투입 규모는 물론이고 재정 운용에 대한 인식 자체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우리나라도 다른 선진국보다는 덜하지만, 재정 규모가 많이 커졌죠. 그에 맞춰 질적 변화도 있어야 하는데, 재정 구조는 그다지 바뀌지 않은 게 안타깝습니다.”
―재정 건전성이란 개념이 적절하지 않다고 하셨는데, 재정의 지속 가능성은 늘 염두에 둬야겠지요?
“국가부채가 많다고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때는 국가부채를 더 늘리고 그것으로 성장률을 높임으로써 지속 가능성을 더 키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적절한 국가부채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적절한 수준이 얼마냐를 아는 사람이 전세계에 아무도 없다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에 비해 국가부채가 훨씬 적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죠. 최근엔 증가율은 높다는 보도가 있지만 그것도 어떤 시기를 끊어서 보느냐에 따라 제각각입니다. 만약 코로나 직전과 현재까지 국가부채 증가율을 비교한다면 우리나라는 증가율도 낮은 편입니다. 특히 1인당 국내총생산, 저출산 고령화 정도를 고려해 오이시디 회원국의 과거 국가부채 수준과 비교해도 우리나라는 준수한 편입니다.”
―우리나라 재정은 대규모 적자를 낸 일이 드물어서 그런 것이지요?
“외환위기 이전에는 재정적자랄 게 거의 없었지요. 사실상 균형재정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이 아니니까 국가부채 수준을 더 낮게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만, 기축통화국이 아니라서 국채를 내국인이 보유한 비중이 높습니다. 또 외화 자산을 구입하기 위한 국채 발행 규모도 상당합니다. 대응되는 자산이 있는 부채는 세금으로 갚아야 할 부채가 아니죠. 자산이 상환능력을 보유하니까요. 그래서 기축통화국이 아니어서 재정위기 위험에 덜 노출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코로나 대유행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심각한 경제 타격에 대처해, 정부가 재정지출을 크게 늘렸습니다. 2020년에는 4차례 추경을 거치며 정부 총지출(554조7천억원)이 본예산보다 42조4천억원 늘었고, 2021년에는 2차례 추경을 거치며 정부 총지출(604조9천억원)이 46조9천억원 늘었습니다. 코로나 대응 추경으로 2년간 90조원가량 쓴 것인데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규모와 쓰임 측면에서요.
“재정적자가 엄청나지도 않았고, 2020년 -0.9% 성장에 2021년 4% 성장으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 경기 변동폭도 작았습니다. 방향성에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고 봅니다. 1차 추경은 기초 생활수급자와 어린이 보육 지원, 2차 추경은 전국민 지원, 3차와 4차 추경은 소상공인 지원과 뉴딜 등 코로나 이후 사회를 위한 산업 재편 투자였습니다. 방향성과 의미 모두 좋았습니다. 다만, 코로나 피해에 대한 지원 방식에는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저는 그때 코로나 대유행이 언제 끝날 지 모르고, 지원금을 계속 지급할 수도 있기 때문에 중복되게 받는 사람과 아예 못 받는 사람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래서 보편지급을 하고,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세금을 걷는 방식으로 선별환수하는 방안을 제안했었습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도 있는데...
“정부 부처를 지휘하는 정치인들이 관료들을 장악해야 하는데, 디테일을 잘 알지 못해서 못하는 것 같습니다. 예산 자료가 디테일한 정책을 알기에 가장 좋은 수단입니다. 요즘 정부 부처 보도자료를 보면 문학작품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데요, 관료들이 보고서는 아주 잘 씁니다. 작명 센스도 아주 뛰어나지요. 그런데 정책사업 명칭과 예산 사업 명칭이 전혀 다릅니다. 정부 정책을 평가하는데 예산, 결산, 성과평가라는 재정 시스템을 전혀 활용할 수가 없습니다. 마치 고속도로 레일을 잘 깔아놓고 우마차를 타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정부 발표에 법률이나 시행령, 시행규칙의 신구 대조표, 그리고 그에 맞춰 예산 세부사업 액수 변동 내역 이걸 명확하게 밝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정책 내용과 아주 다른 그럴듯한 이름을 붙이는 일은 못할 겁니다. 우리나라엔 예산마다 법조항마다 코드 분류 번호가 있어서 관리하기 아주 좋게 돼 있습니다. 정부정책의 디테일을 파악하는데 이를 잘 활용해야 진정 디지털 정부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해에는 세수 추계에 엄청난 오차가 있었습니다. 본예산을 짤 때 예상한 국세수입(282조8천억원) 보다 57조~58조원 더 걷혀서 오차율이 20%를 넘을 것 같습니다.
“전년 말에 하는 추계라 예측이 잘 못 될 수 있습니다. 연초에도 틀릴 수 있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변화한 상황에 맞춰 교정해갈 수 있습니다. 문제는 대응의 실패죠. 나라살림연구소에서 9월에 초과세수를 계산해보니 너무 수치가 커서 발표를 못 했습니다. 정부도 그때쯤은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을 텐데요. 11월 초과세수 재계산을 했을 때조차 상당히 과소추계했습니다. 저는 어떤 음모가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변화된 상황을 읽지 못하고 예전 관행을 지속하다 그런 일이 벌어진 것 아닐까요?”
―초과세수가 있어서 추경을 편성할 때 정치적 부담은 줄었습니다. 국채 발행은 안 해도 된다고...
“추경을 할 때 재원이 뭐냐, 적자 국채 발행이냐 세계잉여금이냐 묻는데, 경제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국회가 국채 발행 한도만 정하고 실제 얼마나 발행할지는 정부가 판단합니다. 정부가 국채 발행을 줄이고 초과세수를 다 써버릴 수도 있고, 반대로 초과세수가 없어도 국채를 한도까지 발행해 세계잉여금을 남길 수도 있습니다. 그게 그겁니다.”
―국회를 통과한 올해 본예산은 총지출(607조7천억원)이 지난해보다 8.9% 늘어났습니다. 정부안을 분석해보니, 크게 늘렸다는 사회복지 예산이 5.6% 증가에 그쳤습니다. 내국세에서 일정 비율로 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제하고 나머지 지출에 제약이 컸던 것 같습니다.
“재정 총량을 보고 언론에선 슈퍼예산이나, 초슈퍼예산이니 했는데 절대금액이 매년 커지는 것은 당연하고요. 정부가 증가율은 낮추고 있죠. 올해 재정 총량을 보면 코로나 대유행 이후의 확장재정 탈출 전략을 마련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재정교부금 부분은 재정 개혁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가슴 아픈 부분입니다. 세수에 따라 어느해는 크게 늘었다가 줄었다가 합니다. 교육재정은 대부분 인건비인데, 내국세 증감에 따라 변동되는 금액을 무조건 다 써야 합니다. 원하지 않는 감액, 원하지 않은 증액이 있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죠. 비효율의 끝판왕이지요. 개혁하기엔 이미 너무 늦었고, 지방정부 재정과 통합 말고는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4일 오전 서울 서대문 자신의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직격인터뷰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3월에 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하반기에 또 한번 추경을 편성할 것이라고들 예측합니다.
“하겠지요. 하지만 재정을 가장 효율적으로 쓰는 것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추경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새로운 지출 수요가 생겼을 때만 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야 후보들이 많은 공약을 쏟아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기본소득,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50조원 자영업자 지원 등 굵직한 것만 봐도 수십조원이 추가로 필요할 것 같습니다.
“수십조원이 뭡니까. 둘 다 100조원으로는 한참 모자라지요. 주택관련 공약들은 융자 포함하면 그냥 훌쩍 100조원 들어갑니다.”
―재정 구조조정으로 재원을 마련한다는 이야기도 하던데요.
“총지출이 600조원가량인데 절반은 의무지출이고, 인건비 국방비 100조원가량 빼면 200조원 남습니다. 그 가운데 5% 구조조정하면 10조원입니다. 저는 그게 재정구조조정으로 마련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봅니다.”
―그럼 공약은 못 지킨다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관료들이 답을 찾아주겠지요. 공약은 이행한 것처럼 모양을 만들되, 돈은 덜 들게. 그렇게 하는 특기가 있지요. 그래서 예산은 디테일이 핵심입니다. 예산서에 기록된 디테일한 사업을 보지 않고 그 공약에 찬성하냐 반대하냐는 질문은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대선 공약 이행에 큰 돈이 빠져나가지 않는다 해도, 앞으로 재정 수요는 계속 커갈 것입니다. 일부에선 그동안 적자 재정으로 국가부채가 크게 늘어났고, 복지예산 확대 등을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저는 증세가 1순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에 따라 상당한 세수 증가가 이뤄질 것입니다. 지난해 제가 이렇게 말하니 많은 분들이 안 믿었는데, 세수 자연증가분이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굉장히 크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증세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매우 어렵죠. 소득세, 법인세 다 올리기 어렵고, 정치권 밖에 있는 사람으로서는 부가가치세가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학자들은 부가가치세 증세 방안을 말하기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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