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4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월 소비자물가가 3.7% 올라 다섯 달째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석유류가 19.4%로 크게 올라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이에 정부는 4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려던 유류세 20% 인하 조처를 7월까지 3개월 연장하고, 유가가 더 오르면 인하 폭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2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상승했다. 지난해 10월(3.2%)부터 11월(3.8%), 12월(3.7%), 올 1월(3.6%)에 이어 다섯달 연속 3%대 상승률이다. 물가가 5개월 이상 3%대 상승률을 보인 것은 2010년 9월부터 2012년 2월까지 18개월 연속 3%대 이상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약 10년 만이다.
상품(4.3%)과 서비스(3.1%)가 모두 올랐다. 상품 가운데 특히 휘발유(16.5%), 경유(21.0%), 자동차용 엘피지(LPG·23.8%) 등 석유류(19.4%)가 크게 올랐다. 빵(8.5%) 등 가공식품도 5.4% 올랐다. 다만 농축수산물은 1.6% 올라 1월(6.3%)보다 상승폭이 둔화했다. 서비스 물가는 생선회(9.8%), 쇠고기(8.2%) 등 외식(6.2%)이 상승세를 견인했다. 개인서비스는 4.3% 상승해 2009년 2월(4.4%) 이후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특히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3.2% 올라, 1월(3.0%)에 이어 두 달 연속 3%대를 보였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2011년 12월(3.6%) 이후 최고치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외식 등 개인서비스 가격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3%대 상승률을 지속했다”며 “국제유가나 곡물가 상승, 글로벌 공급 차질 등 대외적 물가 상승 요인에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 요인이 가세하면서 더욱 악화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2017년 1월 이후 5년 만에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유류세 인하 조처 등 물가 안정 방안을 논의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유가로 인한 물가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4월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20%) 및 액화천연가스(LNG) 할당관세 0% 조처를 7월 말까지 3개월 연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국제유가가 현 수준보다 가파르게 상승할 경우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유가가 더 오른다면 최대 30%까지 인하할 수 있다. 교통·에너지·환경세법(2조3항)은 국민경제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 세율을 30%까지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가격·수급 불안 우려가 있는 곡물과 원자재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도 추진한다.
정부의 노력에도 대외 환경 탓에 당분간 원자재 등을 중심으로 물가의 고공행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부는 올해 유가를 배럴당 평균 73달러(두바이유 기준)로 전망했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가는 100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원재료 상승의 영향으로 외식과 같은 개인서비스마저 올라가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기름을 부은 격”이라며 “사태가 악화할 경우 유가는 물론 환율마저 올라 계속해서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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