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1일 서울의 한 중학교 교실. 연합뉴스
“기재부(기획재정부)가 왜 그랬는지 물어보고 싶어요.”
한 지방 교육청에서 예산 편성 업무를 담당하는 사무관은 <한겨레>와 통화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새 정부가 출범 직후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 편성을 추진하며 각 지방자치단체와 지방 교육청도 20조원 넘는 돈을 지원받게 됐다. 예산이 늘어나면 좋을 것 같지만, 현장 분위기는 딴판이다. 돈 쓸 곳을 급조하느라 학교 현장의 업무 부담이 커지고 재정 운용도 엉망이 될 수 있어서다.
2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59조원 규모 추경 편성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전국의 광역·기초 지자체는 12조원, 시·도 교육청 17곳은 11조원을 중앙정부로부터 각각 지원받는다. 정부는 올해 초과 세수(예상보다 더 걷히는 세금) 53조원을 추경 재원으로 가져다 쓰기로 했는데, 법상 소득세·법인세 등 내국세 수입의 약 40%는 지방 정부에 건네야 한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지자체는 정부 국고 지원을 따내면 추진하려고 대기 중인 지역 숙원 사업이 상당히 많아서 예산 소진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지방 교육청이다. 교육청은 전체 재정의 70% 이상을 중앙정부의 교부금으로 조달하고 이 돈 대부분을 교사 인건비로 지출하고 있다. 각 교육청과 산하 학교들은 이미 지난해 말에 올해 연간 예산을 확정해놓은 터라 이제 와서 10조원 넘는 돈을 지출할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올해 추경으로 증액되는 지방 교육청의 교부금 규모는 역대 최대다.
이런 사태가 올해 처음 벌어진 것도 아니다. 지난해에도 기재부의 연이은 세수 추계 오류로 전국의 초·중·고교와 공립·병설 유치원 등이 연중 추경을 통해 더 받은 교부금이 6조원을 넘었다. 그래도 세금이 더 걷혀 지난달 정부 결산을 거쳐 정산 받은 전년도 잉여금도 5조원에 이른다. 올해 애초 계획에도 없던 지출을 무려 16조원이나 늘려야 하는 판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방 교육청이 자체 추경을 통해 증액된 교부금만큼 지출을 늘리려면 시·도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올해는 지방선거 때문에 일러야 8∼9월에나 추경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애당초 세수 추계를 제대로 했다면 연초부터 계획을 세워 예산을 모두 소화할 수 있었을 텐데 석 달 만에 10조원 넘는 돈을 써야 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기재부의 세수 추계 오차가 교육청의 지출 대상 급조, 교사들의 행정 업무 부담 증가, 대규모 불용 예산(쓰지 않은 예산) 등 지방 재정이 비효율적으로 운용되는 ‘풍선효과’를 불렀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올해 경제 전망을 발표하며 이례적으로 “정부의 내국세 수입 규모와 연동해 정해지는 지방교부세와 지방 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개편해 재정 지출의 합리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정책 제안을 내놨다. 정부의 세수 추계에 따라 지방 재정이 들쭉날쭉해지는 부작용을 방지하고 지역이 실제 필요로 하는 지출 수요에 맞춰 재원을 분배하자는 얘기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민이 원하지 않는데도 법에 따라 세금의 일정 비율을 지방 교육청 등에 보내고 사후적인 책임을 아무도 지지 않는 것은 책임의 외주화”라며 “정치적인 책임이나 행정적 필요에 따라 예산을 주는 게 바림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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