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월 26일 한국은행 본부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하면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있다. 한은 제공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오는 14~15일(현지시각)에 여는 정례회의(FOMC)에서 ‘빅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보다 큰 ‘자이언트 스텝’(0.75% 인상)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인플레이션에 관한 잇따른 악재에 대응하려면 기대를 뛰어넘는 금리 인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 연준 안팎에서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이사회 의장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 뒤 “0.75%포인트 인상은 연방공개시장위가 적극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대표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제이피(JP)모건도 각각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0.75%포인트 인상을 예상했다. 지난 10일 발표된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전년동월대비 8.6%)가 41년 만의 최고치로 급등한 직후 인플레이션 공포가 더욱 커졌다.
이번 통화정책회의의 관전 포인트는 연준의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에 있다. <블룸버그>가 최근 실시한 이코노미스트 대상 설문조사에서 연준위원들의 금리 전망 중앙값은 올해 말까지 2.6%, 2023년 3.1%로 예상됐다. 현재 연방기금금리 목표범위는 0.75~1%다. ‘정점 통과’를 여전히 확인하지 못한 채 매달 뛰고 있는 물가지표 데이터에 따라, 연준이 이번을 포함해 올해 남은 5번의 정례회의(6월·7월·9월·11월·12월) 동안 기준금리 인상 폭과 속도를 더욱 가속하는 공격적인 통화긴축을 계속 이어갈 거라는 예상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요즘 연일 출렁이며 혼돈 상태에 빠져든 각국 금융시장 지표는 중앙은행이 목표 수행에 성공할 거라는 ‘믿음’이 경제주체들 사이에 크게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에서 물가 급등 데이터 신호는 대략 지난해 2분기부터 나왔다. 연준이 지난 3월 코로나 이후 첫 금리인상(0.25%포인트)에 나섰으니 적어도 9개월 이상 금리인상 때를 놓친 ‘정책대응 실기’를 범한 셈이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주장과 마찬가지로 물가가 조만간 정점을 칠 것이라는 논리도 틀렸음이 명백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은행도 20여년 만에 다시 찾아온 물가안정목표라는 ‘제1의 임무’ 달성 여부를 놓고 본격 시험대에 오른 형국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0일 창립 기념사에서 “우리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성이 중차대한 시험대에 설 수 있다. 실기하지 않도록 정교하게 정책을 운영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 연준에 비하면 우리가 작년 8월부터 선제적으로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서 ‘먼저 출발한 자의 이점’이 있긴 하나, 물가 상승률이 5%를 웃돌고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인상 속도와 폭을 높여가고 있는터라 정교하고 민첩한 행동이 요구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달 6월 6%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점치는 상황에서 최적의 금리 폭과 속도로 물가를 중기 목표수준(2.0%)까지 끌어내리는 일은 ‘통제불능’은 아니라해도 정책금리 수단으로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경기가 회복 추세로 가는 도상에서 만난 물가 충격이라서 나중에 자칫 ‘물가는 잡지 못하고 오히려 경기 하강만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게 될 가능성도 중앙은행이 처한 어려움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수정구슬’을 통화정책당국자들이 갖고 있지 않지만, 누구도 미처 예측하지 못한 전세계 물가 급등세에 초기 싸움부터 곤경에 처하고 있는 국면이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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