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역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통상적인 인상폭의 두배인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을 13일 단행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3일 현재 연 1.75%인 기준금리를 2.25%로 올렸다. 통상적인 인상폭(0.25%포인트)의 두 배인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에 나선 건 우리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결정 역사상 처음이다. 2015년 3월 이후 7년 넘게 이어진 연 2% 이하의 익숙한 ‘낮은 기준금리 시대’가 사실상 끝나가면서 이자부담 취약집단은 물론 모든 경제주체가, 높은 금리·물가라는 바뀐 거시경제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고통의 시간’을 오랫동안 통과하게 될 공산이 커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결정 회의 직후에 가진 기자설명회에서 “오늘 0.50%를 올린 건 굉장히 예외적인 상황이다. 향후 기준금리는 물가에 대응해 연말까지 빅스텝보다는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올리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 시장에서 연말 우리 기준금리가 2.75%~3.00%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하는 건 당연하고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날 빅스텝으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꺾어놓기 위한 조처를 이미 취한 만큼 향후 연말까지 남은 3차례 통화정책결정회의(8월·10월·11월)에서는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할 생각이며, 추가 빅스텝은 가급적 배제하고 있음을 시장에 분명히 밝힌 셈이다.
향후 기준금리 예상 경로의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인 물가 정점 통과에 대해 이 총재는 “3분기 후반 또는 4분기 초에 정점을 통과하고, 정점을 통과하더라도 급속히 내려가지는 않고 완만하게 떨어지면서 높은 수준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금통위원들은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고유가 및 세계 곡물가격 급등 등 국외 요인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이 4%대에 올랐다는 점을 특히 강조하면서 “경기와 관련이 적은 근원인플레이션이 너무 높은 수준이라 고물가가 가속화·고착화하기 전에 금통위가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큰폭 금리인상에 따른 경제 성장둔화 우려에 대해 이 총재는 “하반기에 경기 하방위험이 커지고 있어 지난 5월 한은이 수정전망한 올해 성장률 연 2.7%, 내년 성장률 2.4%보다는 분명히 다소 낮아질 것”이라면서도 “올해는 2%대 중반, 내년은 2%대 초반을 유지해 우리 잠재성장률(대략 2.0% 추정)보다는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 기준금리는 2015년 3월(1.75%) 이후 지금까지 1%대 아래에서 ‘낮은 기준금리’ 기조를 지속해왔는데, 이제 2014년 8월(연 2.25%) 시점까지 올라 오랜 저금리 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리고 있다. 이 총재는 “이번 금리상승 국면에서 부동산·주식가격 조정은 피할 수 없다고 본다. 금리와 물가 모두 그동안 장기 지속돼온 0~2% 아래를 계속 가정하기보다는 이번 사태를 지나면서 높아진 금리와 물가 위험을 생각하는 쪽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이날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은 금통위원(현재 6명) 전원일치로 결정됐다.
조계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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