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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빅스텝’ 한은, 통화정책결정문에서 “성장세 이어갈 것” 문구 뺐다

등록 2022-07-13 18:59수정 2022-07-14 02:44

막내린 저금리 시대
국외발 고물가, 당장 진정 어려워
3분기말이나 4분기초 정점 전망
“부동산·주식 가격 조정 못 피해
높은 금리·물가 위험 고려하라”
한은 총재, 영끌족에 이례적 경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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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굉장히 높은 수준에 이른 부동산·주식가격도 이번 금리인상 국면에서 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다들 집을 살때 받은 연 3%대 대출이자율이 평생 그 수준으로 갈거라고 생각했을테지만 그 가정은 이제 변할 수 있다. 높은 금리와 물가 위험을 고려하는 쪽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밟은 통화정책결정 회의 직후 기자설명회에서 한 말이다. 부동산가격 및 주식가격 조정에 대해 중앙은행 총재가 자기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시장과 경제주체들에게 조언한 건 드문 일이다. 코로나19 이후 닥친 이번 가파른 인플레이션과 빠르고 큰폭의 통화긴축 흐름 속에 우리 경제가 전혀 새로운 금리·물가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역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통상적인 인상폭의 두배인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을 13일 단행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역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통상적인 인상폭의 두배인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을 13일 단행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빅스텝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오랫동안 지속돼온 연 1%대 이하 수준의 낮은 기준금리 시절이 8년만에 사실상 끝나가고 있음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장기간 익숙해져 있던 저금리 환경이 불과 몇 달만에 고금리 상황으로 급속히 바뀌면서 가계 소비자와 기업 생산자 그리고 임금노동자들까지 새 균형에 적응하고 견뎌야하는 고통이 불가피해졌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추가적인 빅스텝은 가급적 배제하면서도 통화정책결정문에서 “앞으로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2%)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뛰는 물가를 잡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 대응이 계속되면서 연말에는 기준금리가 3.0%까지 더 오를 공산이 커졌다. 이 총재는 이날 “고물가 흐름에 각 경제주체들이 가격과 임금을 서로 올리는 행동을 할 경우 개별적으로는 합리적일지라도 고물가 상황이 더 고착화하게 된다. 그러면 ‘큰 경기침체’라는 희생을 치르지 않고서는 고물가를 잡기 어려워지는 상황에 빠져들게 된다. 모두가 더 큰 피해와 고통을 겪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번 빅스텝은 뛰고 있는 물가 상승세에 한국은행이 선제적이고 적극 대응해 서둘러 꺾어놓겠다는 의지와 신호를 시장과 경제주체들에게 명확하게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빅스텝 조처로 물가 오름세가 당장 진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내다본다. 이번 국내 소비자물가 오름세에서 국제유가와 세계 곡물식량가격 급등 등 우리가 통제하기 어려운 해외발 요인의 기여분이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국외 요인이 큰 에너지 및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이 거의 4%에 근접했다는 점도 고물가 지속을 가리키고 있다. 금통위는 “물가안정목표치(현재 2%) 수준을 조정해야 할 때는 아직 아니다”며 “중장기적으로 2%대로 돌려놓는 임무를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률도 빅스텝으로 하강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통화정책결정문에는 기존에 흔히 포함돼 있던 “우리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문구가 삭제됐다. 이 총재는 “하반기 경기 하방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서 이번에 이 문구를 수정·삭제했다. 물가 기대심리를 꺾는 것이 우선이라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시장에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리면 우리 경제성장률은 1년동안 0.25%포인트가량 낮아질 것으로 추산한다. 이 총재는 “미국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에 진입하고 있는지, 아니면 성장이 둔화되는 수준의 슬로우플레이션에 들어서고 있는지 논란이 있으나, 우리 경제는 그런 ‘좁은 길’ 지점에 와 있는 건 아니고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할 상황도 아직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2.25%)과 미국(연방기금금리 목표범위 1.50∼1.75%)의 기준금리(정책금리) 격차는 0.75∼0.50%포인트가 됐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오는 27일(현지시각) 통화정책결정 회의에서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에 나서면 미국 기준금리는 금리 상단 기준으로 우리보다 0.25%포인트 높아지는 ‘역전’이 일어나게 된다. 이 총재는 “과거에도 양국 금리가 큰폭 수준에서 세번 역전이 발생했다. 양국 금리 수준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 우리만 외환 변동성과 자본 유출 영향을 받는지, 다른 나라도 유사한지가 중요하다”며 역전 자체보다는 연준의 정책금리 변동이 신흥국에 파급되는 효과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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