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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경제수장, 기삿거리 ‘포장’ 할 때…소는 누가 키우나 [정책BAR]

등록 2022-08-21 17:54수정 2023-07-05 18:58

G20 국제회의서 뜬금없이 “면세한도 상향”
배추밭에선 “예산 허리띠 졸라매” 부풀리기
‘반짝’ 기삿거리 대신 정무적 직언 해야할 때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에서 둘째)이 지난 13일 강원 강릉시 왕산면 고랭지 배추밭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에서 둘째)이 지난 13일 강원 강릉시 왕산면 고랭지 배추밭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박근혜 정부 당시의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들에게 인기가 많았습니다. 실세 부총리로 불리며 이른바 ‘기삿거리’ 되는 얘기를 자주 던졌기 때문인데요. 최 전 부총리 가는 곳마다 언론이 몰렸던 이유입니다.

추경호 현 부총리는 최 전 부총리와 이름 ‘초성’(ㅊㄱㅎ)만 같은 게 아니라 기자를 대하는 방식도 비슷합니다. 기자 간담회 등이 잡히면 ‘기사 제목이 나오는’ 발언을 미리 준비하곤 하죠. 문제는 내용입니다.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가 열렸던 인도네시아 발리에서의 간담회가 대표적입니다. 기자들이 모인 현지 호텔 식당에서 추 부총리는 첫 마디로 “여행자 면세 한도를 기존 1명당 600달러에서 800달러로 높이겠다”고 했는데요. 우크라이나 사태로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경제 외교 현장에서 뜬금없이 면세 얘기를 꺼낸 겁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종합부동산세·법인세 감면은 찬반 여부를 떠나 어쨌든 그걸 추진하겠다는 기재부 쪽의 이유가 명확합니다. 그러나 여행자 면세 한도를 올리겠다는 건 그 명분이 뚜렷하지 않은데요. 한국의 면세 한도는 지금도 600달러 미만인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및 유럽연합(EU) 평균보다 높기 때문입니다. 경제의 버팀목인 경상수지와 재정 건전성을 챙겨야 하는 기재부가 나라밖에서 달러 쓰는 일에 세금 깎아주겠다며 앞장서는 모양새도 영 이상합니다.

지난 13일 강원 강릉시의 고랭지 배추밭 방문 뒤 가진 점심 자리에서도 그랬습니다. 물가 상황을 점검하러 나온 곳에서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편성 얘기를 꺼낸 건데요. 추 부총리는 “내년 본예산은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예산)보다 대폭 낮은 수준으로 편성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이렇게 허리띠를 졸라맨 예산을 편성하는 건 ‘2010년 이후 최초’라고 강조했죠.

하지만 이건 부풀린 얘기입니다. 애초 기재부 쪽이 지난해 국회에 제출했던 올해 예산안의 지출 규모도 2021년 추경을 반영한 예산보다 적었기 때문인데요. 똑같은 예산 편성을 놓고 정권 교체 전엔 “혈세를 펑펑 쓴다”며 목소리를 높이더니, 지금은 “굉장히 강도 높게 허리띠를 졸라맨 예산”이라고 자랑하는 셈입니다.

추 부총리를 위해 얘깃거리를 준비하는 기재부 공무원들도 난감할 겁니다. 그간 기재부 쪽은 추경이 계획에 없던 이례적인 지출이라는 이유로 정부 본예산의 증가 규모를 따질 땐 전년 본예산과 비교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인데요. 그 기준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죠.

정작 추 부총리는 기자들이 공공기관 재무 개혁의 핵심인 한국전력공사의 전기요금 인상 여부나 국책은행이 최대주주인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 파업 문제 등을 물어보면 답을 피하곤 합니다. 경제 부처의 한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바로 대통령에 오른 까닭에 주변에 정무적 직언을 할 만한 무게감 있는 측근이 드물다”고 했습니다. 재선 의원이기도 한 추 부총리가 정부 입맛에 맞는 기삿거리만 기자들에게 ‘선물’로 안길 게 아니라, 대통령에게 때론 아닌 건 아니라고 쓴소리하는 역할을 맡아야 하지 않을까요?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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