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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유럽 ‘자이언트 스텝’, 우리 환율·수출에 어떤 영향?

등록 2022-09-09 12:47수정 2022-09-09 21:17

ECB, 23년만 0.75%p↑…“마이너스 성장할수도”
당장은 ‘글로벌 달러 초강세’ 누그러뜨려
원-달러 환율 급등세 다소 진정시키는 영향
공격적 통화긴축이 유럽경제 침체 가속화
오히려 유로화 가치 약세는 더 심화하면서
원화 환율과 유럽수출 불안·혼돈 더 키울 수도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IMF 총재로 일하던 2013년 <타임>지 커버로 실린 사진.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IMF 총재로 일하던 2013년 <타임>지 커버로 실린 사진.

유로존 출범 이후 사상 최고치에 이른 유럽 소비자물가(8월 연 9.1%)를 잡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화 도입 이후 처음으로 8일 ‘자이언트 스텝’(정책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우리 경제와 외환·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촉각이 쏠린다. 당장은 글로벌 달러 초강세를 누그러뜨려, 국내 외환시장에서 요즘의 가파른 원-달러 환율 급등(원화 가치 하락) 추세를 다소 진정시켜주는 쪽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잇따른 공격적 통화 긴축이 유럽경제 침체를 가속화시키면서 오히려 유로화 약세(글로벌 달러 강세)를 더욱 심화시켜 우리 환율과 대유럽수출 양쪽에 불안과 혼돈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럽중앙은행은 8일 통화정책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연 1.25%로 0.75%포인트 올렸다. 자이언트 스텝은 유로화를 도입한 1999년 이후 23년 만에 처음이다. 수신금리와 한계대출금리 역시 각각 연 0.75%와 연 1.5%로 0.75%포인트씩 올렸다.

전세계 주요 경제권 중앙은행 중에 유럽중앙은행은 2016년 3월부터 6년 이상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유지해 왔다. 일본은행(BOJ)과 함께 오랜 통화완화정책을 최근까지도 고수해 왔으나, 지난 7월(0.50%포인트 금리 인상 ‘빅스텝’ 단행)부터 갑자기 통화긴축 모드로 돌아선 형국이다. 유럽경제의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 9.1%(사상 최고치)에 이르자 이번엔 ‘자이언트 스텝’에 나섰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금리 인상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금리정책위원들이 단호한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했고, 만장일치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유로존 자이언트 스텝 파장이 당장 미치게 될 곳은 서울 외환시장이다. 추석 연휴로 장이 쉬고 있지만 9월 13일에 장이 재개되면 곧바로 영향을 받게 될 공산이 크다. 달러·위안과 달리 유로와 엔화는 국내에서 원화와 직거래되는 시장이 없는 터라 달러 가치를 매개로 상대 가치가 변동한다. 즉 유로화 대 달러 가치의 향방이 우리 원화 가치의 방향 결정에서도 주요 요인이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번 자이언트 스텝에도 불구하고 8일 유로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오히려 전일 대비 소폭 더 떨어졌다. 1유로당 달러는 이날 장중 0.9932달러까지 내렸다. 유로화 가치는 지난 8월 22일 1유로당 0.994달러까지 내려가 2002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정책금리를 올렸음에도 시장은 유럽 경기 악화에 더 주목해 유로화가 추가 약세를 보인 셈인데, 유럽의 인플레이션이 앞으로도 높은 수준을 지속할 공산이 크고 공세적 통화긴축으로 유럽 실물경제는 침체에 들어설 우려가 크다는 쪽으로 시장은 내다본 것이다. 코메르츠방크 이코노미스트 크리스토프 웨일은 “유로존 소비자물가는 9월에도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유럽은행은 금리를 계속 인상해야 한다는 압력에 시달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아시아 외환시장에서는 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9일 오전 10시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1유로는 1.00484달러를 기록했다. 전날보다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0.53% 올랐다. 유로존 정책금리 인상에 따라 더 많은 자본이 유로 지역으로 유입(유로화 자금수요 증가)될 것이란 기대가 퍼지면서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시간에 유로·엔·위안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전날 대비 0.43% 내린 109.179를 나타냈다. 유로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오르자 글로벌 달러 강세는 잠시 누그러진 셈인데, 이에 따라 1달러 당 1380원대를 돌파한 요즘의 원화 약세 추세도 급등세를 멈추고 진정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유로존의 공격적 금리인상 이후 달러인덱스가 실제로 하향 안정화로 돌아설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유럽경제는 9월 현재 큰 폭의 경기둔화 국면에 본격적으로 접어들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이날 발표한 8월 수정경제전망에서 2022년 유로존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로 제시했으나, 2023년 성장률은 0.9%, 2024년은 1.9%로 낮췄다. 겨울을 앞두고 독일 등 유로존 경제는 러시아의 유럽행 천연가스 공급 중단 발표 등으로 인해 올해 하반기와 내년 1분기에 걸쳐 혹독한 마이너스 성장에 빠질 거라는 전망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유로존에 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할 경우 내년에는 마이너스 성장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7월 빅스텝에 이어 이번에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자이언트 스텝을 밟아 유로존 실물경제 침체는 더 깊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는 형편이다. 유로지역 경기둔화 우려가 점점 커지면 이번 역내 자이언트 스텝에 따른 달러 대비 유로화 강세 전환 효과는 무력화될 공산이 크다. 유럽의 자이언트 스텝에도 불구하고 달러화 초강세 흐름은 ‘유럽 경기침체’ 소식을 타고 오히려 더 강화될 여지도 있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등락을 거듭하는 혼돈을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중앙은행은 이날 유럽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올해 8.1% 및 내년 5.5%로 상향 조정해, 향후에도 공세적 통화긴축이 계속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수급난에 통화긴축이 겹치면서 유럽경제는 올 겨울로 접어들면서 빠른 수축기에 빠져들 공산이 커지고 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총수출액에서 지역별 비중은 중국 25.3%, 미국 14.9%, 유럽연합 9.9%, 일본 4.7%다. 최근 우리 기업의 대중국 수출이 둔화하고 반도체 업황 사이클도 부진에 빠져든 가운데 유럽시장 수출마저 하강세가 깊어질 우려가 나온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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