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부산항 신선대 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한국의 경제 상황에 대해 다섯 달째 ‘경기둔화’가 우려된다는 진단을 내놨다. 고물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이 확대되며 수출 회복세가 약화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기획재정부는 14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고용과 대면서비스업 회복으로 내수가 완만한 개선을 이어가고 있으나, 대외요인 등으로 높은 수준의 물가가 지속하고, 경제 심리도 일부 영향을 받는 가운데 수출 회복세 약화 등 경기둔화 우려가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이후 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정부는 지난 6월 처음으로 경기둔화 우려를 밝혔는데, 다섯달 연속으로 같은 진단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가속화하는 수출 둔화세를 우려하면서도 여전히 소비가 견조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지난 3월이 수출로는 가장 좋은 달이었고, 그 이후로 수출 둔화 모습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달이 갈수록 수출 둔화 폭이 점점 더 가시화되고 있고, 경기에 대해서 좋아지는 부분은 현재로서는 없다”면서도 “방역 여건이 정상화하면서 소비가 많이 올라왔고, 가계가 그동안 저축을 해놓은 게 많다. 소비의 회복 기조는 금리 인상, 가계 자산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유지된다고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2.8% 증가해 4개월 연속 한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0.4% 증가로 둔화세가 확연하다. 한편으로는 소비가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며 버텨주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8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4.3% 증가해 다섯 달 연속 감소세를 깨고 플러스 전환을 보였다. 지난 9월 카드 국내승인액은 1년 전보다 12% 증가해 6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소비자심리지수도 9월 기준 91.4로, 전월 대비 2.6포인트 늘었다.
이번 달 경기 진단에서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 언급이 빠진 것도 눈에 띈다. 정부는 지난 9월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 요소 가운데 하나로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을 꼽았으나 이번 달에는 주요국의 금리 인상 가속화 기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확전 우려, 중국 봉쇄조치 등만 언급됐다. 이 과장은 “가장 크게 우려했던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은 유럽 쪽 액화천연가스(LNG)였는데 지난 한 달 동안 유럽 엘엔지 현물가격이 30% 정도 빠졌다. 프랑스 원전 가동이나 예상보다 온화한 유럽 가을 날씨 등으로 인해 겨울철 공급 전망이 조금 더 개선됐다”며 “여전히 정부는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을 굉장히 중요한 리스크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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