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슈나 스리니바산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장. 한국은행 제공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장이 글로벌 경제 부진에도 한국 경제의 강한 기초체력이 완충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최근 수년간 늘어난 정부부채는 우려스러운 요인이며, 향후 재정 준칙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25일 한국은행 기자실을 찾아 아시아와 한국 경제 현황과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금융 여건의 긴축과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경제의 이례적이고 가파른 성장 둔화 등 아시아 경제의 3대 리스크 요인이 모두 현실화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 여파로 한국 경제도 내년 수출 정체가 예상된다고 짚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한국 경제의 강한 기초체력은 완충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교역조건 악화에도 경상수지는 연간 흑자를 유지할 것”이라며 “한국의 순대외자산은 국내총생산(GDP)의 40%에 이르며, 외환보유액은 국내총생산의 25%로 단기 부채보다 3배 더 많다”고 했다. 에너지 수입가격 상승으로 인한 경상수지 악화 문제에 대해서는 “에너지 부문을 제외한 경상수지를 보면 복원력이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의 정부부채 증가 속도에 대해서는 우려를 드러냈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내가 다소 걱정되는 유일한 분야는 부채”라며 “한국의 공공부채는 최근 가파르게 증가했으며, 현재 국내총생산의 약 55%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부채가 국내총생산의 60%를 넘지 않도록 하는 등 재정의 목표 기준(anchor)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정정책은 통화정책을 뒷받침해야 한다”며 “취약계층에게 지원을 제공하더라도 ‘예산중립적’인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도 했다.
영국 감세책을 예로 들며 중장기적인 재정 운용 계획 확립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영국은 중장기 재정 운용의 틀이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태”라며 “그런 상황에서 정부의 세출과 세입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예고하면 사람들은 불안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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