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30일 서울 시내 한 주택가 도시가스 계량기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올해 10월 취약계층이 체감한 물가 상승률은 전체 평균보다 최대 0.67%포인트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료품 가격이 오름세를 이어간 데다 지난달 전기·가스 요금마저 인상되자, 필수재 지출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과 고령층의 고통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가중된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로서는 취약계층의 물가 부담을 측정하는 공식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향후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가격의 인상 흐름이 예상되는 만큼, 이들 계층의 체감 물가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한겨레>가 통계청의 ‘가계동향’과 ‘소비자물가동향’ 자료를 교차분석한 결과, 가구주가 65살 이상인 가구가 체감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6.58%였다. 전체 평균(5.91%)보다 0.67%포인트 더 높았다. 그만큼 이번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65살 이상 고령층이 감당한 물가 부담이 더 컸다는 뜻이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인플레이션 타격이 더 큰 현상이 뚜렷했다. 연령대별로 나눈 그룹 중에서 가구주가 65살 이상인 가구의 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60살 이상(6.47%)이 뒤를 이었고, 그 다음은 50∼59살(5.97%), 39살 이하(5.69%), 40∼49살(5.49%) 순이었다.
소득별로 봤을 때도 눈에 띄는 수준의 ‘물가 격차’가 확인됐다. 대체로 소득이 적을수록 인플레이션에 따른 타격이 컸다. 소득 1분위(하위 10%) 가구의 물가 상승률은 6.40%로 전체 평균(5.91%)보다 0.49%포인트 더 높았다. 가장 물가 상승률이 낮은 10분위(5.68%)와는 0.72%포인트 차이났다. 그 다음은 2분위(6.23%), 5분위(6.14%), 4분위(6.08%) 등의 순으로 높았다.
이는 10월 전기·가스 요금 인상과 계속된 식료품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취약계층은 전체 소비지출 중에서 식료품이나 에너지 같은 필수재에 쓰는 돈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 필수재의 가격이 뛰면 취약계층이 받는 타격이 유독 더 큰 이유다. 그러나 통계청이 발표하는 공식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이런 차이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전체 가계의 평균적인 지출 구조를 바탕으로 품목별 가중치를 일괄 부여하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분기별 가계동향조사에서 집계하는 가구 특성별 지출구조를 이용해 소비자물가지수의 품목별 가중치를 재조정했다. 품목 소분류(59개)를 기준으로 작업했으며, 소분류 수준에서 작업이 어려운 경우에만 중분류(4개)를 활용했다. 통계청은 2020년 가계동향 자료를 재가공해 가중치를 산정하기 때문에 <한겨레>가 산출한 올해 10월 전체 가계의 물가 상승률도(5.91%)도 공식 소비자물가 상승률(5.7%)과는 차이가 있다.
지출의 계절성을 감안해 지난해 4분기(10∼12월) 가계동향 자료를 이용했다. 때문에 올해 달라진 지출구조나 에너지 복지 제도 등은 반영되지 않았다. 가계동향 자료를 세분화해서 볼수록 통계적 유의성이 떨어진다는 한계도 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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