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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치킨 먹으려고 축구가 이용당한 듯! 배달부터 편의점까지 ‘탈탈’

등록 2022-11-25 10:12수정 2022-11-25 21:09

배달앱 치킨 주문에 한때 ‘먹통’
“2시간 넘게 기다려 배달 받아”
치킨. 게티이미지뱅크
치킨.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영등포구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조아무개(48)씨는 한국이 우루과이를 상대로 월드컵 첫 경기를 치른 24일 “행복한 지옥”을 경험했다고 표현했다. 조씨는 “오후 들어 주문이 폭주해서 중간에 배달 앱을 다 끄고 주문 들어온 양만 소화하기도 벅찼다”며 “가족과 친구까지 불러 잠시 앉을 새도 없이 치킨을 튀겼는데, 오늘 판매한 치킨만 300마리 가까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티브이 앞에서 ‘대~한~민~국~’을 외치며 치킨을 뜯었다면 당신이 바로 ‘치킨 월드컵’의 진정한 승자다. 한국이 우루과이를 상대로 접전 끝에 아쉽게 비긴 24일, 그날의 주인공은 바로 ‘치킨’이었기 때문이다.

배달앱은 치킨 주문이 몰려 서버가 일시적으로 마비되기도 했으며, 치킨집 앞에는 배달 오토바이가 수십대씩 줄을 섰다. 치킨집 사장과 종업원들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튀기기’에만 집중했다. 

한 치킨집에서 픽업을 위해 라이더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 커뮤니티 갈무리
한 치킨집에서 픽업을 위해 라이더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 커뮤니티 갈무리

한 치킨집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주문받은 영수증들. 커뮤니티 갈무리
한 치킨집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주문받은 영수증들. 커뮤니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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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집이든, 편의점이든…모든 치킨이 ‘동났다’

24일 배달앱 ‘배달의민족’은 한때 서비스가 마비됐다. 이날 밤 10시 경기를 앞두고 주문량이 폭증하면서 저녁 8시40분께부터 9시10분까지 결제가 느려지거나 주문에 실패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짧은 시간에 주문이 몰리면서 발생한 ‘부하’ 때문이었다.

배달량이 많은 일부 지역엔 앱을 통해 ‘치킨 주문량 증가로 주문이 원활하지 않습니다’라는 공지가 뜨기도 했다. 이날 ‘배민’의 검색 순위 1~10위는 모두 ‘치킨 브랜드’였다. ‘쿠팡이츠’의 경우엔 거리응원이 펼쳐진 서울 광화문 등 일부 지역에 대해 안전을 고려해 오후 6시부터 배달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편의점도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편의점 알바생들이 모이는 한 커뮤니티에는 “하도 치킨을 많이 튀겨서 튀김집이나 치킨집에 취직한 줄 착각했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서울 마포구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이아무개(23)씨는 “치킨은 저녁 8시를 넘기면서 재료가 떨어졌고, 치킨 관련 간편조리식까지 텅텅 빌 정도로 팔려나갔다”며 “월드컵이 아니라 치킨컵인 줄 착각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는 “치킨집 하면서 역대급으로 주문과 전화가 들어와 내일은 강제휴무다” “이렇게 많이 팔릴 줄 알았으면, 재료 발주를 더 할 걸 그랬다” “치킨으로 ‘돈쭐’나는 경험을 했다”는 등의 글이 잇따랐다.

치킨 주문이 몰리면서 배달앱들은 ‘다른 메뉴를 이용해달라’는 안내문을 공지하기도 했다. 배달앱 갈무리
치킨 주문이 몰리면서 배달앱들은 ‘다른 메뉴를 이용해달라’는 안내문을 공지하기도 했다. 배달앱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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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 “치킨집 콜은 잡으면 안 돼!…조리대기 40분!”

치킨집에 불이 나면서 덩달아 고충을 겪은 것은 ‘배달 라이더’들이다. 배달 라이더들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치킨집 콜이 11개가 쌓이는 경험을 처음 해봤다” “치킨 픽업하러 왔는데, 배달 오토바이 20여대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치킨 배달 콜이 할증이 붙어서 1만5천원까지 올랐다”는 등의 경험담이 쏟아졌다.

가장 많이 올라온 글은 ‘단가가 아무리 높아도 치킨집 콜은 잡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주문이 폭주하면서 조리대기 시간이 짧게는 20분에서 길게는 1시간이나 된다는 설명이었다. 한 라이더는 <한겨레>에 “치킨 콜을 무턱대고 잡았다가 조리 대기만 40분을 했다. 내가 갔던 치킨집에는 주문용지가 40여개 붙어 있었다”며 “짜증이 나서 배달앱 콜센터에 전화를 했지만, 통화도 잘 안 됐고 조리대기 할증료도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배달 라이더가 모이는 한 커뮤니티에 한 라이더는 “치킨 콜을 피하고 싶어도 압도적이니 피할 수가 없다. 두 곳 연속 조리대기 20분 넘게 걸렸다”며 “결국 단가가 높아도 하루 버는 돈은 거의 비슷하다. 라이더에게 월드컵 특수는 없다”고 적었다.

배달앱 순위 1~10위는 모두 ‘치킨’이었다. 배달의민족 갈무리
배달앱 순위 1~10위는 모두 ‘치킨’이었다. 배달의민족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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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시킨 지 1시간30분째인데…” 소비자는 발동동

이렇게 치킨 주문이 몰리면서 정작 치킨을 주문하는 소비자들은 애가 탔다. “치킨집 5곳에 주문 전화를 해 ‘치킨 동냥’을 했다”거나 “배달앱으로 주문 성공했는데, 2시간이 다 되도록 받지 못했다” “치킨 주문 넣었다가 3번 취소당했다”는 등 누리꾼들의 경험담이 쏟아졌다.

가족들과 먹기 위해 저녁 8시가 조금 넘어 치킨을 주문을 시도했다는 정아무개(서울 성북구·44)씨는 “치킨 메이저 3사에 주문을 넣었다가 모두 퇴짜를 맞고, 비메이저 치킨집에 주문을 넣으며 요청사항에 ‘이번에 거절당하면 5번째 거절입니다. 제발 치킨 먹으며 응원하게 해주세요~’라고 적었다. 겨우 주문에 성공했고, 2시간 가까이 기다린 끝에 가까스로 치킨을 먹을 수 있었다. 오늘은 운이 좋았지만, 다음 한국 경기 땐 예약해 포장해서 가져올 생각”이라고 했다.

마포구에 사는 윤아무개(45)씨는 “배달앱으로 주문하는 것을 포기하고, 집 앞 케이에프시에 갔다가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 20여명을 보고 포기했다”며 “아쉬운 대로 냉장고 속에 있던 냉동 치킨을 에어프라이에 데워 먹으며 축구를 봤다. 이날 치킨집 치킨을 뜯으며 응원을 한 사람이 진정한 ‘위너’로 느껴졌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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