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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세금 최대 1천만원도 ‘전세사기’ 피해자 몫…기다림도 덫이 됐다

등록 2023-01-03 05:00수정 2023-04-18 11:14

보증금 돌려받기까지 고통의 시간
상속인 대신 대위등기 취등록세 내야
집주인 체납액 몰라 ‘셀프 낙찰’ 고민
대출 연장은 은행 지점마다 제각각
주택 1천139채를 보유하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사망한 일명 ‘빌라왕' 김모씨 사건 피해 임차인들이 지난해 12월2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피해 상황을 호소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주택 1천139채를 보유하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사망한 일명 ‘빌라왕' 김모씨 사건 피해 임차인들이 지난해 12월2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피해 상황을 호소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보증금을 일부라도 회수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특히 임대인이 사망한 경우 절차는 더욱 까다롭다. 주택 상속인이 정해지거나, 가족 모두가 상속포기 선언을 법률적으로 마쳐 법원이 상속재산관리인을 선임해야만, 주택도시보증공사(허그)의 대위변제를 받거나 경매·공매 절차로 넘어갈 수 있다.

지난해 10월 숨진 임대인 김아무개(이른바 빌라왕·1980년생)씨의 경우 4순위 상속자(사촌 등 방계혈족)까지 상속 포기가 법적으로 마무리될 때까지 앞으로 6∼8개월이 더 걸릴 전망이다. 보증보험 가입자라면 이 시점에서 허그가 대위변제에 나서겠지만, 보험 미가입자인 경우 민사소송을 거쳐 경매 절차를 밟아야 한다. 여기에만 통상 1년∼1년6개월이 걸린다.

 “대출 연장 불확실해 불안”

피해자들이 당장 필요한 것은 이런 긴 시간을 버틸 지원책이다. 특히 전세자금대출 연장이 절실하다. 보증금 회수 전 전세계약 만기라도 닥치면 대출 상환까지 해야 한다.

정부가 금융기관에 대출 연장 협조를 구했다고는 하지만 은행따라, 지점따라 사정이 다르다는 게 피해자들 전언이다. 또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대출상환 보증 등 정부 조처로 금융기관이 해주는 대출 연장 기간은 ‘2+6’(2개월 연장하고 필요시 6개월 추가 연장)에 그치지만, 앞으로 길게는 2년의 시간을 버텨야 하는 이들도 있다. 피해자들 모임의 대표인 배소현씨는 “집 명의가 개인이 아니라 ‘바지’임대인이 만든 페이퍼컴퍼니로 넘어간 경우, (전세사기 일당이) 임차인과 은행을 속여 법상 주택으로 사용할 수 없는 근린생활시설을 임차한 경우는 대출 연장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출 연장이 되더라도 고금리가 큰 부담이다. 한 피해자는 “사기를 당하지 않았다면 올 4월 계약 만기 시점에 월셋집으로 갈아탈 계획을 세웠겠지만 피해자들에겐 그런 선택지도 사라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피해자들에게 연 1%대 금리로 최대 1억6천만원 대출을 지원할 계획이지만, 이는 보험 미가입 피해자에 한해 보증금 2억원 이하의 새로운 집을 구할 때만 대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도시기금이 현재 이용 중인 대출 대환까지 감당할 수는 없다. 대환 지원까지 나서면 기금 재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대출 연장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법인 명의의 집에 대해서도 대출연장이 되도록 금융위원회와 함께 금융기관에 지속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상속대위등기에만 수백만원

피해자들이 허그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는 데도 수백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현행 허그 규정상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는 이행청구(보증금 반환 청구)에 앞서 임차권 등기명령(임차인에게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해주는 제도)을 해야 한다. 그런데 임차권 등기 명령의 ‘필요 조건’인 숨진 임대인의 상속인의 상속 등기가 불투명하다. 숨진 임대인이 보유한 빌라 수백채를 상속인이 스스로 등기하고 취등록세를 납부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없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상속인을 대신해서 세입자가 등기를 하는 ‘상속대위등기’를 해야 한다. 이때 발생하는 취득세(전용면적 85㎡ 이하인 경우 공시가격의 2.96%) 등 세금마저 피해자 몫이다. 피해자들과 정부 말을 종합하면 한 사람당 대략 500만∼1천만원 비용이 발생할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등기제도 문제는 법무부와, 취득세 부분은 행정안전부와 제도개선 방안을 두고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집주인 체납 세금액도 몰라

피해자들이 임대인의 체납 세금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혼란을 키운다. 전세사기 임대인들은 타인에게 명의를 제공한 채 형식적으로 빌라 수백채에서 1천채 이상을 보유한 터라 세금 체납 가능성이 크다.

전세사기 임대인 가운데 숨진 김아무개씨는 종합부동산세 약 62억원 등이 체납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2021년 7월 숨진 정아무개(1980년생)씨나 2021년 12월 숨진 송아무개(1995년생)씨는 체납 세액 규모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선 세입자들이 향후 경매 ‘셀프낙찰’ 때 감당하게 될 바지임대인의 체납 세금액을 파악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세청 관계자는 “체납 세금의 납부 독촉 기한이 지난 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압류를 하지만, 등기부등본에 압류 사실 외에 체납액이 얼마인지는 명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런 문제에 대한 대책을 내놨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 정부는 집주인 체납 세금 정보를 전세계약 체결 이후부터 입주 때까지 집주인 동의 없이도 알 수 있게 하고, 현재는 전세보증금보다 경매·공매에서 변제 선순위가 되는 당해세(해당 부동산에 부과되는 세금)를 보증금 대비 후순위로 돌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뀐 제도의 시행 시점은 오는 4월1일부터라 그전에 집을 낙찰받는 피해자들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또 후순위로 바뀌는 당해세는 상속세·증여세·종합부동산세 등 국세이고, 재산세·자동차세 등 지방세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방세의 경우 행정안전부가 연초 지방자체단체와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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