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더 올렸지만, 이번 주 은행권 대출금리는 되레 0.30%포인트 안팎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준금리 인상이 막바지 단계라면서 대출금리의 지표가 되는 채권시장 금리가 연일 하락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인상 자제령도 은행들의 가산금리 얹기 움직임을 주춤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13일 기준 4대 시중은행(케이비(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4.780∼7.410% 수준이다. 한은이 이날 기준금리를 연 3.50%까지 올렸지만, 이번 주 대출금리는 반대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이유는 채권시장 안정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에 영향을 받는데, 코픽스 구성 요소 중 비중이 가장 큰 것이 예·적금 등 저축성 수신상품 금리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연 5%를 넘어섰던 예금금리는 최근 연 3%대 후반까지 하락한 상태다. 예금금리는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로 은행들의 은행채 발행이 막히면서 크게 뛰었다.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끊긴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경쟁하듯 높이면서 자금을 확보한 것이다. 하지만 은행권 예금금리는 지난해 12월부터 은행채 발행이 재개되고, 금융당국도 예금금리 경쟁을 자제하라고 요청하면서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다.
이에 이번 주 발표 예정인 ‘지난해 12월 기준 코픽스’는 예금금리 하락세를 반영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에서는 코픽스가 약 0.15%포인트 가량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은행권도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를 낮출 것으로 보인다.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와 신용대출 금리도 0.30%포인트 안팎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해당 대출금리의 지표가 은행채 5년물과 은행채 1년물이기 때문이다. 최근 채권시장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행보가 사실상 연 3.50% 수준에서 종료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금리가 하락하고 있다. 주담대 혼합형과 신용대출의 지표 금리인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과 1년물(무보증·AAA)의 금리(민평 평균 기준)는 최근 1주일새(1월9일∼1월13일) 각각 0.243%포인트, 0.119%포인트 내린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자제령도 대출금리 상승세를 누그러뜨리고 있다. 은행권 대출금리는 대출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더한 후 가감조정금리를 차감해 산출한다. 대출기준금리는 코픽스, 은행채 등 시장금리 영향을 받지만, 가산금리는 예상 손실비용 등을 고려해 은행권이 자체적으로 책정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시장금리 상황을 볼 때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추가로 올릴 요인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산금리를 줄이거나 우대금리를 늘려 가계대출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는 것을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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