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 규제 혁신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이르면 오는 6월부터 사전신고나 증빙서류 제출 없이 외국에 송금할 수 있는 간편송금 한도가 현재 연간 5만달러에서 10만달러로 늘어난다.
기획재정부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 규제 혁신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외환제도 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핵심은 과거 외환 유출 규제에 초점 맞춰 만들어진 외국환거래법과 관련 규정을 외환거래가 급증한 현실에 맞게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외국환거래 규정은 외국과의 금융거래, 해외자산 투자 등 자본거래를 기재부나 한국은행, 일반은행 등에 사전 신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자본거래가 아닌 건당 5천달러 및 연간 5만달러를 초과하는 단순 송금 등도 은행에 증빙서류를 내야 하고, 사전신고를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르면 오는 6월부터 관련 규정을 개정해 증빙서류 확인이 필요 없는 해외송금 한도를 연간 5만달러에서 10만달러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사전신고를 면제하는 자본거래 한도도 연간 5만달러에서 10만달러로 함께 올리고, 사전신고 의무 대상인 거래 유형을 기존 111개에서 65개로 대폭 줄이기로 했다. 다만 ‘쪼개기 송금’ 등 꼼수를 방지하기 위해 증빙서류 제출이 필요한 건당 송금 한도는 기존 5천달러로 유지한다.
또 기업이 기재부나 한은에 신고해야 하는 외화차입 기준 금액은 연간 3천만달러 초과에서 5천만달러 초과로 늘어난다. 기업이 해외 현지 금융기관을 통해 빌리거나 지급 보증 받은 외화를 국내에 들여오지 못하게 한 규제도 폐지하기로 했다. 자금 운용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기업이 외국 현지 법인 등에 직접 투자할 경우 투자액이나 업종 등에 변동이 있을 때마다 수시 보고하도록 한 제도도 없앨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경고 조처로 끝내는 자본거래 신고의무 위반 금액 기준이 현재 건당 2만달러 이내에서 5만달러 이내로 올라간다. 정부는 사전신고 등 단순 절차적 의무 위반 시 징역·벌금 등 형벌을 부과하는 위반액 기준을 상향하고, 향후 법 개정을 통해 형벌 조항을 폐지하기로 했다. 외국환거래 사후 보고 위반 과태료는 기존 700만원에서 사전신고 위반 과태료와 같은 200만원으로 낮춘다.
이밖에 자본시장법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된 증권사 9곳에 일반 환전 업무를 허용하고, 외환제도발전심의위원회를 신설해 모호한 외환 법령 해석과 제도 개선 논의 등을 담당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올해 상반기 안에 관련 시행령과 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올해 말까지 외환거래 사후보고 전환, 형벌 폐지, 업권별 외환 업무 칸막이 해소 등을 위한 법 개정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입법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외환제도 개편은 수십 년간 형성된 관행의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한 만큼 서두르지 않고 신중하게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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