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부산항 신선대·감만 부두 모습. 연합뉴스
최근 한국 경제 성장세가 둔화 국면에 들어섰다는 정부의 공식 진단이 나왔다. 고물가로 내수 회복이 더디고 수출 부진도 지속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기획재정부는 17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부진 및 기업 심리 위축이 지속되는 등 경기 흐름이 둔화”됐다고 진단했다.
기재부는 또 “대외적으로는 중국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 세계 경제 연착륙 기대감과 함께 통화 긴축 기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우려 등 하방 위험이 교차하며 세계 경제 불확실성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의 ‘경기 둔화’ 진단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처음 언급된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줄곧 ‘경기 둔화 우려’를 내비치며 매달 경기 진단에 부정적 기류를 더해온 바 있다. 이달에는 ‘우려’에서 더 나아가 경기 둔화 국면에 들어선 것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경기는 기본적으로 후행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월별로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몇달 정도 시차를 두고 경기 여건에 대해 판단을 내린다”며 “지난해 6월 이후 수출이 굉장히 많이 꺾이는 모습이 지속됐고, 최근에는 소비마저도 주춤한 모습을 보이면서 지난해 하반기 일정 시점부터는 경기 둔화가 진행되는 모습이었다. 이번 달은 이를 확인하는 메시지가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는 지난해 4분기 역성장을 기록한데다 연초 수출도 부진한 상황이다.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4%(속보치) 감소해 2020년 2분기(-3.0%) 이후 10분기 만에 역성장했다. 올해 1월 수출은 1년 전과 견주어 16.6% 줄어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 감소에 1월 무역적자는 126억5천만달러를 기록했다.
내수 회복세도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소매판매는 1년 전 같은 달과 견주어 2.5% 감소했다. 기재부는 올해 1월 소매판매도 백화점·할인점 매출액이 감소한 것이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달 백화점 매출액은 1년 전보다 3.7% 줄었고, 할인점 매출액도 2.8% 줄었다.
‘경제 심리’도 나빠지고 있다. 지난달 전 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달보다 5포인트 하락한 69를 나타냈다. 기업경기실사지수 2월 전망치도 68으로 2포인트 내려갔다. 기업경기실사지수는 기업인을 대상으로 체감하는 경기 동향과 전망을 조사해 지수화한 지표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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