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신선대 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 경제가 수출 위축과 내수 둔화로 경기 부진이 지속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중국 경제 활동 재개(리오프닝)로 경기가 반등하리란 기대가 커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는 등 실물 지표는 부진한 상태다.
한국개발연구원은 8일 펴낸 ‘3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이 위축된 가운데 내수도 둔화하면서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경제동향 발표 때는 이전보다 직접적으로 “경기 둔화가 가시화하고 있다”고 표현해 경기 둔화의 시작을 알렸다면, 이번에는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짚은 것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은 “지난달에는 경기가 계속 내려오는 모습이었고, 지금은 내려온 상태에서 유지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2월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15.9% 줄었다. 전년 동월 대비 감소폭이 지난해 12월 9.7%에서 올 1월 14.6%로 커진 데 이어 2월에 소폭 더 늘어난 모습이다. 특히 2월 중국 일평균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31.1% 감소했고, 같은 기간 반도체 수출은 47.7% 줄어 ‘반토막’이 났다.
이에 따라 제조업 생산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대폭 감소하고 재고는 급증했다. 지난 1월 광공업 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12.7% 줄었다. 같은 기간 반도체 생산은 33.9%나 감소했다. 재고율은 지난해 12월 117.8%에서 올 1월 120%로 높아져, 외환위기 때인 1998년 7월(124.4%) 이후 2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1월 소매판매는 전월에 견줘 2.1% 줄어 석 달 연속 감소했다. 연구원은 “금리 인상 영향이 점차 퍼지면서 소비와 건설투자도 부진한 모습”이라며 “주택 인허가가 45.9% 감소하고 착공은 17.2% 줄어드는 등 주택 경기 하락이 향후 건설투자 회복을 제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의 경제 활동 재개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가 반영되며, 서비스업에서 경기 심리지수는 개선됐다. 정 실장은 “중국 리오프닝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아직 실물 경기에 반영되지 않고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지금 당장 경기가 반등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