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광화문빌딩 이스트(앞쪽건물)와 KT 광화문빌딩 웨스트 전경.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구현모 케이티(KT) 대표의 아바타’라고 공개 비판한 윤경림 케이티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확정된 뒤 ‘관치 대(vs) 내부 카르텔’ 논란 속에 ‘대혼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이사회가 새로 추천한 사외이사와 자회사 대표이사 내정자까지 ‘친정부’ 논란 속에 줄사퇴했고 1대주주 국민연금에 이어 케이티와 소위 ‘우호주’를 체결한 2대 주주 현대차그룹까지 “윤경림 후보 반대”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케이티 자회사인 케이티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로 내정된 윤정식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이 대표직을 맡지 않겠다는 뜻을 케이티에 전달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윤 내정자는 문화방송(MBC) 김재철 사장 시절, 기자 출신으로 청주충주엠비시(MBC) 사장에 올랐고, 이후 케이티 부사장, 오비에스(OBS) 사장 등을 거쳤다.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충암고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 대표이사 경선 과정에서 정부와 마찰을 빚어온 케이티가 ‘친윤’을 내세워 ‘코드 인사’에 나섰다는 의혹도 일었다.
지난 10일에는 임승태 고문(법무법인 화우)이 케이티 이사회가 새 사외이사로 추천한 지 이틀 만에 사퇴했다. 임 고문 역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장,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등을 거친 뒤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상임경제특보를 지내 ‘코드 인사’ 논란이 일었다. 임 고문이 속한 법무법인 화우는 구현모 대표이사 등 황창규 회장 시절 케이티 임원들이 연루된 횡령·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인 ‘쪼개기 후원’ 관련 재판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기도 하다.
이미 최종 후보 확정 전에도 사외이사들이 잇달아 사퇴했다. 구현모 대표의 ‘셀프 연임’을 돕기 위해 이사회가 ‘깜깜이 경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지난 1월에는 이강철 사외이사가 자진사임했고, 전·현직 임원들로만 4명의 후보를 확정해 이사회 면접을 진행하기로 한 7일을 앞두고는 벤자민 홍 사외이사가 자진사임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노골적으로 민영 기업의 대표이사 자리에 ‘개입’ 하는 문제에 대한 ‘관치 논란’과 구현모 대표와 이사회가 똘똘 뭉쳐 ‘내부 카르텔’로 비쳐지는 문제에 대한 부담감이 양쪽에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케이티 이사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지배구조가 좋지 않은 기업에서 나타나는 세 가지 특징이 회계부정, 독립적이지 않은 이사회, 대표이사의 내부경쟁자 제거 등인데 케이티에서는 이 문제가 다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문제에 대해 수사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윤경림 사장은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확정된 직후 ‘지배구조개선 티에프(TF)’를 발족시키는 등 케이티 문제 해결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지만 새 사외이사와 자회사 대표이사 내정자의 잇단 사퇴로 그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게다가 국민연금에 이어 현대차그룹도 최근 윤 후보를 주총에서 지지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는 상황이다. 케이티 정기 주총은 오는 31일 열릴 예정이다.
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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