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편성 때 사회보장급여와 국가보조금사업에 대한 관리 강도를 높이고 현금성 복지를 대폭 줄이는 등 지출 고삐를 바짝 조일 방침이다.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를 내년에도 이어간다는 구상이나, 각종 감세 정책을 밀어붙인 탓에 재정 여건은 되레 나빠질 전망이다.
정부는 28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2024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매년 기획재정부가 3월 말에 마련한 다음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을 ‘가이드라인’ 삼아 각 부처의 예산 요구를 모으고 최종안을 만들어 9월 초에 국회에 제출한다. 예산안 편성지침은 정부의 재정운용 방향과 내년에 추진할 국정과제 등 핵심 사업을 보여주는 중요 실마리다.
2024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은 윤석열 정부가 처음 내놓은 다음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이다. 이번 지침에는 ‘강력한 지출 한도 관리, 재량지출 감축’이 핵심 방향으로 담겼다. 사회보장급여를 과다·반복 수급하는 등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부정수급·부당사용이 확인된 국고보조사업에 ‘페널티’를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노동조합 국고보조금 대폭 삭감 또는 중단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과 같은 현금성 지원은 과감하게 구조조정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올해 예산안을 편성하며 지역화폐 예산을 한푼도 담지 않았지만, 국회 심사과정에서 3525억원이 책정됐다. 다만 정부는 ‘윤석열표’ 보편적 현금복지인 부모급여는 올해 70만원에서 내년 100만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세금이 한 푼도 낭비되지 않도록 강력한 재정 혁신을 추진해 건전재정 기조를 견지할 것”이라며 “회계와 자금 집행이 불투명한 단체에 지급되는 보조금, 인기 영합적 현금 살포, 사용처가 불투명한 보조금 지급 등 부당한 재정 누수 요인을 철저히 틀어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예산이 주요하게 투입될 분야로는 수출기업 지원,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R&D), 사회적 약자·취약계층 보호, 노동·연금·교육 3대 구조개혁, 초저출산 등 인구변화 대응, 북핵 대응을 위한 한국형 3축 체계 등 군사무기 고도화, 마약범죄 등 민생침해 범죄 대응들이 제시됐다.
재정지출 관리 강도를 높여 재정 건전화를 꾀한다는 계획이지만 실제 재정 여건은 녹록하지 않다. 소득세, 법인세, 주택 보유세 등 부문을 가리지 않고 지난해부터 각종 감세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국세수입이 지난해 1월에 견줘 6조8천억원 줄어드는 등 연초부터 ‘세수 펑크’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법률에 따라 지출 의무가 발생하는 ‘의무지출’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53.3%로 절반을 넘겼고, 내년도 재량지출 축소폭 목표는 ‘10% 이상’으로 통상적인 수준이다. 기재부는 “경기가 회복되면서 내년에는 세입 여건이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기 여건 변화가 세수에 미치는 시차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등도 만만찮은 변수라 지켜볼 대목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윤석열 정부가 2년째 건전재정과 약자복지를 강조하지만, 감세 때문에 두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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