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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물가 상승 둔화에도…유가 들썩이고, 불확실성 더 커지고

등록 2023-04-04 09:30수정 2023-04-05 02:39

3월 소비자물가 4.2% ↑
휘발유·경유 등 유가 안정 영향
산유국 감산 등 불확실성 여전
이마트 매장.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마트 매장.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달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4.2%를 기록하며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둔화했다. 유가 하락 영향이다. 그러나 공공요금 인상, 산유국 감산 등 물가를 다시 들썩이게 할 불안 요인도 적지 않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2023년 3월 소비자 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 지수는 110.56(2020년=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4.2% 상승했다. 오름 폭이 올해 1월 5.2%에서 2월 4.8%, 3월 4.2%로 두 달 연속 둔화했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2022년 3월(4.1%)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품목별로 공업 제품이 2.9% 오르는데 그치며 물가 상승폭 둔화를 이끌었다. 휘발유와 경유가 각각 17.5%, 15% 내리는 등 석유류 가격 하락 영향이다. 석유류의 물가 기여도는 지난 2월 마이너스(-) 0.05%포인트에서 지난달 -0.76%포인트로 확대됐다.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며 고공 행진하는 물가를 끌어내린 셈이다.

그러나 수요 쪽 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히 견조한 편이다. 3월 서비스 물가는 3.8% 오르며 한 달 전과 같은 상승폭을 유지했다. 외식 물가 상승률이 7% 넘는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택시·시내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도 인상된 여파다. 전기·수도·가스요금도 28.4% 뛰어 물가를 1%포인트 남짓 밀어올렸다. 농축수산물 역시 전년 대비 3% 상승하며 오름폭이 2월(1.1%)보다 커졌다.

계절적 요인, 일시적 수급 충격 등으로 가격이 들쭉날쭉한 품목을 제외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지난달 4.8% 오르며 일반 물가상승률(4.2%)을 오히려 웃돌았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이런 근원물가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넘어서는 역전 현상이 나타난 건, 2021년 1월 이후 2년2개월 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을 반영한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도 4% 상승하며 2월과 같은 오름폭을 보였다.

소비자가 자주 많이 구매하는 품목 144개 가격을 조사한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에 견줘 4.4% 오르며 상승폭이 전달보다 1.1%포인트 축소됐다. 반면 생선·채소·과실 등 신선식품 지수는 7.3% 뜀박질하며 2월(3.6%)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이는 지난해 10월(11.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난방비 상승으로 하우스 재배 채소 가격 등이 뜀박질해서다. 양파와 풋고추 가격은 각각 60.1%, 46.2% 급등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물가가 많이 상승한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가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도, “다만 공공요금 인상과 석유류 등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서비스 물가 등 불확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제 유가 흐름이 심상치 않다. 지난 3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6.28% 오른 배럴당 80.4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전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플러스(OPEC+)가 원유 추가 감산을 발표한 여파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 선물은 지난해 3월 말 배럴당 100.28달러에 이르렀으나, 올해 3월 말 75.67달러로 약 25% 하락한 바 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열린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국제 유가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글로벌 금융 불안과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상당폭 하락했으나, 최근 산유국들의 추가 감산 결정으로 급반등하는 등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시장에선 국제 유가가 배럴달 80달러 내외에서 박스권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른 수요 감소로 유가가 다시 100달러를 뚫기는 어렵다는 시각이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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