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수출 컨테이너 화물이 선박에 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한국 경제의 둔화 흐름이 석 달 연속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면 활동이 증가하면서 내수 소비가 늘고 있지만,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 산업의 불황이 경기둔화 흐름에 여전히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획재정부는 14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4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내수는 대면 활동 중심으로 완만히 회복하고 있으나 수출·설비투자 부진 등 제조업 중심의 경기둔화 흐름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올해 2월 우리 경기가 둔화 국면에 들어섰다고
판단했는데, 이달에도 동일한 결론을 내린 것이다.
지난달과는 다른 점은 ‘제조업 중심’이라는 표현이 추가됐다는 점이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지난달에 ‘경기둔화 흐름 지속'이라고 표현을 했는데, 이번에는 ‘제조업 중심의 경기둔화 흐름 지속'이라고 적었다”며 “경기둔화의 범위 자체를 조금 더 좁게 서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업 불황의 영향으로 2월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3.2% 줄었고, 3월 수출도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정보기술(IT) 제품의 부진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6% 감소했다.
특히 기재부는 반도체 산업 부진의 영향이 크다고 봤다. 이승한 과장은 “2월 산업활동동향 지표의 모든 부문이 개선됐는데 광공업만 안 좋다”며 “반도체의 큰 부진이 전체 우리나라 광공업 생산을 끌어내리고 있고, 수출에도 굉장히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내수는 대면 활동 부문을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다. 2월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 대비 0.7%, 소매 판매는 5.3% 늘었다. 3월 판매 지표도 긍정적이다. 중국인 관광객 수는 1년 전에 견줘 503.1% 늘었다. 전년 동월 대비 백화점 매출액 증가율도 7.2%로 2월(5.2%)보다 높아졌고, 신용카드 국내 승인액 증가율은 9.0%로, 2월의 8.1%보다 확대됐다.
한편 정부가 석 달 연속 경기 둔화가 지속하고 있다고 판단하면서 하반기 경기에 대한 전망에 관심이 쏠린다. 기재부는 이날 하반기 전망에 대한 분석을 내놓진 않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하반기에 더 나은 경기 흐름이 전망된다”고 언급했다. 추 부총리는 13일(현지시각) 취재진을 만나 “한국은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굉장히 어려운 국면이 될 거라 말씀드렸고 현재 그런 양상이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전반적으로 상반기를 지나면서 하반기에는 좀 더 나은 경기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라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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