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상임대표를 비롯한 진보당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 언급을 규탄하며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러시아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함께 서방의 대러시아 경제 제재로 직격탄을 맞았는데 이젠 상황 개선을 기대하기 더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걱정들을 토로한다.
20일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보면, 지난해 한국-러시아 수출입 규모는 211억 달러로 전년 대비 22.7% 감소했다. 수출은 36.6%, 수입은 14.7% 각각 감소했다. 러시아는 한국의 15위 교역 대상국이다. 러시아 입장에서 한국은 10위 수출국(3.5%), 5위 수입국(4.4%)이다. 한국은 러시아에서 주로 석유제품·원유·석탄·천연가스 등을 수입하고,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가전과 소비재를 주로 판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서방 제재 이후 자동차(부품) 수출 감소가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3월까지 대러시아 교역 규모는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인다.
국내 대기업이 러시아에 설립한 해외법인은 53곳이다. 국내 주요 기업은 러시아 법인 공장 가동을 멈추거나 구조조정을 하면서도 철수는 하지 않았다. 상황이 개선되기를 기다리며 버티기 전략을 유지해 온 것이다.
러시아에 진출했던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러시아는 인구도 많고 유럽 시장까지 판매할 수 있어서 최소한의 공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며 “(러시아와의 관계가 나빠지면) 현지 공장 재가동에 대한 기대는 더 작아지고, 최악의 경우 철수를 하게 되면 투자한 생산 설비들을 사실상 헐값에 빼앗기게 된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현대차·삼성·엘지가 러시아에 생산공장을 짓고 잘 나가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제재에 동참하게 되면서 (그 빈자리를) 중국이 다 가져갔다”고 말했다.
현지 공장을 가동 중인 국내 가전·자동차 업체들은 대러시아 제재 이후 부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대부분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3월 연 23만대 규모 시설인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사태 추이를 살피는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요 현지 진출기업들은 러시아 생산을 사실상 멈춘 상태여서 추가로 피해가 있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지 공장을 운영 중인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러시아 공장에 주재원은 몇 명 안되고 대부분 현지인이다. 자국민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에 해를 끼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회승 선임기자
honesty@hani.co.kr 옥기원 기자
ok@hani.co.kr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