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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한국경제 수렁에 빠트린 반도체, 봄은 언제 오나

등록 2023-05-21 08:00수정 2023-05-21 09:49

[한겨레S] 정남구의 경제 톡
반도체 경기 하반기 회복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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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가 빠른 속도로 전세계에 퍼져나간 2020년 초 세계 경제는 짙은 어둠에 휩싸였다. 앞날에 대한 불안이 얼마나 컸던지, 한때 원유 선물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지기까지 했다. 각국 정부가 공격적으로 재정 지출을 늘려 경기 후퇴에 맞섰다. 그래도 주요국 대부분이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미국 -3.4%, 독일 -4.6%, 일본 -4.5% 등이었다. 중국의 성장률도 전년의 6.0%에서 2.2%로 떨어졌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전년의 2.2%에서 -0.7%로 떨어지는 데 그쳤다. 상대적으로 아주 좋았다. 2021년에는 4.1% 성장했다.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산업연구원은 2021년 7월 ‘산업경제이슈’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제조업 경쟁력이 코로나19 경제위기의 버팀목”이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탓에 내수를 통한 성장 방어를 기대하기 어려운 국면에서, 세계 3위 수준의 제조업 경쟁력이 ‘브이(V)자형 회복’을 일궜다는 것이다. 실제 2020년 코로나 국면에서 11월부터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코로나 때 경기 받쳤던 반도체, 지금은…

제조업 가운데서도 반도체의 활약이 눈부셨다. 반도체 수출은 9월 이후 두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연간 수출은 전년 대비 5.6% 늘어났다. 2021년에도 29%나 늘었다. 월간 반도체 수출액은 2021년 5월부터 2022년 9월까지 17개월 연속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그런데 그런 효자 반도체 산업이 지금은 ‘한국 경제의 근심거리’가 돼 있다. 지난해 8월부터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로 접어들더니, 3분기엔 25.4% 줄고, 올해 1분기에는 40%나 줄었다. 4월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41.0%나 감소했다. 2021년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19.9%였는데, 2022년엔 18.9%로 줄고 올해 4월엔 12.9%까지 떨어졌다. 불과 1년 만의 일이다. 올해 1∼4월 우리나라 전체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견줘 294억4천만달러 줄었는데, 반도체 수출 감소액이 181억8천만달러로 61.8%를 차지했다. 반도체 불황이 한국 경제를 수렁에 빠트린 꼴이다.

반도체 수출의 급격한 감소는 수요 감소, 가격 급락에서 비롯했다. 피시(PC)용 디(D)램 범용제품(DDR4 8Gb) 고정거래가격을 보면 2021년 3분기 4.1달러에서 2022년 3분기 2.86달러로 떨어졌고, 올해도 1분기 1.81달러, 4월 1.45달러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경기 후퇴는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이 지난 10일 내놓은 ‘최근 반도체 경기 흐름과 거시 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보면, 반도체 수출 물량이 10% 줄면 국내총생산은 0.78% 줄고, 반도체 가격이 20% 떨어지면 국내총생산이 0.15% 줄어든다. 경제 전망을 전문적으로 제시하는 기관들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은 반도체 경기가 계속 나빠진 탓이 가장 컸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 올해 경제성장률을 2.1%로 예측했으나 11월에는 1.7%로 낮췄고, 올 들어 2월에 다시 1.6%로 낮췄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끝난 뒤 올해 연간 성장률에 대해 “정보기술(IT) 경기 부진 심화 등의 영향으로 지난 2월 전망치 1.6%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국내총생산 잠정치 집계에서 올해 1분기 성장률은 0.8%에 머물렀다. 반도체 경기 회복이 기대보다 늦어지면서 성장률 전망치가 더 떨어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지난 11일 발간한 ‘2023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상반기 성장률을 기존 1.1%에서 0.9%로 낮추고, 하반기 성장률은 2.4%에서 2.1%로 낮췄다. 연간 성장률이 1.5%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황 전망치 5월 들어 상승세…조심스레 3분기 반등 기대감

그런데 모든 전망에 공통된 것이 있다. 하반기에는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근거 또한 하나같이 ‘반도체 경기의 회복’이다. 과연 그 시기가 언제일 것이냐, 회복 속도가 얼마나 빠를 것이냐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 국내 전문가들의 전망을 지수화한 것으로 산업연구원의 ‘산업경기 전문가 서베이’가 있다. 지난 4월 조사의 경우 159명의 전문가에게 219개 업종에 대해 현재의 업종 경기가 전달보다 좋아졌는지, 다음달에는 이달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보는지를 물었다. 지수는 0∼200 사이의 수치로 나타내는데, 0에 근접할수록 나빠진다고, 200에 가까울수록 좋아진다고 보는 것이다. 반도체 업황 전망치 추이를 보면, 2022년 6월 123에서 7월 74로 떨어지며 처음 100을 밑돌았다. 이후 11월 13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3월 67까지 반등했다. 하지만 4월에 다시 38로 크게 떨어졌다. 기대가 일시 꺾인 것인데, 5월 전망지수는 다시 75로 큰 폭 상승했다. 더는 떨어지지 않는 바닥, 지수로는 100을 향해 다가서고 있는 흐름이 뚜렷하다.

업계에서는 업체들의 반도체 감산과 기업 간 인수·합병 움직임을, 바닥을 향해 다가서는 신호로 본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디램 시장 점유율 45.1%의 1위 업체 삼성전자는 극심한 불황에도 계속 물량을 쏟아내는 전략을 고수하다가, 4월 초 감산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1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3조원가량 적자를 낸 것으로 여겨지는 삼성전자는 4월7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추가로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지난 15일 세계 낸드 플래시 시장 3위 기업인 일본의 키옥시아와 4위 업체인 미국 웨스턴디지털의 합병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고 보도했다.

5월에도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는 이어지고 있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10일 디램 가격이 2분기에 13∼18%, 낸드는 8∼13%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았다. 감산으로는 아직 수요 위축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급과잉은 2분기 중에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렌드포스가 제시한 공급초과율은 1분기 13.9%에서 2분기 6.5%로 떨어지고, 3분기에는 -4.8%, 4분기에는 -9.4%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게 된다. 낸드 쪽도 1분기 17.3%, 2분기 7.7%, 3분기 -1.1%, 4분기 -7.0%로 같은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3분기부터 온기가 돌고, 4분기에는 봄을 느낄 것이라는 전망이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3월30일 이후 삼성전자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 주가는 반등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급격한 성장률 둔화에도 정부는 별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반도체 경기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한겨레 논설위원. 경제부장, 도쿄특파원을 역임했다. <통계가 전하는 거짓말> 등의 책을 썼다. 라디오와 티브이에서 오래 경제 해설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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