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4일(현지시각) 정책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값을 이전보다 큰 폭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날 연준이 펴낸 ‘경제전망(SEP)’을 보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예상하는 미국의 올해 4분기 실질 성장률(전년 동기대비) 전망치는 기존 0.4%(3월 전망치)에서 1.0%로 올라갔다.
연준 위원(18명) 중에 향후 성장 전망의 불확실성이나 하방 위험이 크다고 평가한 위원도 3월(17명)보다 줄어든 10명이다. 위원들은 또 미국의 4분기 기준 성장률(전년 대비)이 내년 1.1%, 2025년 1.8%로 개선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미국발 경기 개선이 당장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작다. 기획재정부는 조만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한국의 올해 연간 경제 성장률 전망값을 기존 1.6%에서 추가로 낮춰 잡을 계획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8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현재로선 1.6% 전망을 소폭 하향 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장률 전망을 끌어올린 미국과 반대의 길을 걷는 셈이다. 미국은 수출액 기준 한국의 2대 수출 시장이다.
국내 경기의 불확실성은 아직 짙다. 코스피·장단기 금리차·경제 심리지수·건설 수주액·재고 순환지표 등을 통해 8개월 정도 뒤의 경기 상황을 예측하는 통계청의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4월(98)까지 6개월 연속 하락했다. 지수가 전월 대비 보합(0)을 기록한 지난해 10월을 제외하면 9개월째 내리막이다.
최근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와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따로 놀며 통계청 등 전문가들도 경기 판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계청은 이날 “우리 경제는 2020년 5월에 바닥을 찍은 뒤 현재 경기 확장 국면에 있다고 본다. 이미 정점을 찍었는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펴낸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부진한 상황이지만, 경기 저점을 시사하는 지표들이 늘고 있다”고 평가했다. 케이디아이 관계자는 “경기가 저점 다음에 바로 반등한다는 게 아니라, 대중국·반도체 수출 감소폭 축소 등을 고려하면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다는 정도의 의미”라고 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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