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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한은 “근원물가 여전히 높아”…높은 정책금리 당분간 유지

등록 2023-06-19 20:16수정 2023-06-20 02:42

19일 명동의 한 음식점 직원이 배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명동의 한 음식점 직원이 배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중반 잠깐 2%대로 떨어진 뒤 연말까지는 3% 안팎에서 등락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에너지와 식품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세의 둔화 속도가 더뎌 당분간 높은 수준의 정책금리를 유지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은은 19일 발표한 ‘물가안정 목표 운영 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전체적인 물가 수준이 석유류를 중심으로 뚜렷한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향후 물가 경로에는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공공요금 인상 정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근원물가의 경우 전망의 상방 리스크(위험)가 다소 크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7월 2%대에 진입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기록한 뒤 꾸준히 떨어지며 지난 5월에는 3.3%까지 내려왔다. 최창호 한은 조사국장은 “지난해 상반기에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석유류 가격이 올라간 기저효과로 6~7월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다만 8월 이후에는 기저효과 영향이 상쇄되면서 다시 소폭 올라가 연말에는 3% 내외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올해 물가 안정에 가장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은 석유류 가격이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석유류 가격의 물가 상승률 기여도가 0.72%포인트였는데, 올해 1~5월에는 -0.5%포인트로 집계됐다. 석유류 가격이 내려가지 않았다면 4%대 물가 상승률이 나타났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농산물 등 식료품 가격도 전반적으로 물가 안정에 기여했다고 한은은 평가했다.

하지만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해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지수는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근원물가 상승률은 3.9%로, 10개월 만에 3%대로 내려왔지만, 정점(2022년 11월 4.3%)에서 고작 0.4%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소비자물가지수가 정점 대비 3%포인트 하락한 것에 비교하면 미미한 낙폭이다.

근원물가의 상승세 둔화 속도가 느린 이유로 한은은 서비스 물가의 하방 경직성과 양호한 고용 사정을 꼽았다. 최창호 국장은 “민간 소비가 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확대되면서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이 유지되고 있고, 고용지표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근원물가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보고서는 “서비스 부문 개선 흐름에 따른 여행객 증가 등의 영향으로 예상보다 강하고 누적된 비용 상승 압력이 근원물가로 떠넘겨질 경우 상방 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며 “정부 정책 측면에서는 하반기 대중교통 요금 인상,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유류세 인하 폭 축소, 전기·가스요금 추가 인상 등으로 새로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보고서 발표 뒤 기자간담회에서 “근원물가가 하방 경직성이 강하지만 소비자물가지수처럼 하반기에 다시 올라갈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면서도 “물가가 예상 경로를 벗어나면 정책 대응이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당분간 연 3.5%인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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