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 금융기관 대상 ‘한국 경제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올해 일본 기관 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엔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발행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발행 규모와 시기는 시장 상황을 봐가며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일본 페닌슐라 도쿄 호텔에서 열린 일본 투자자 대상 설명회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경제부총리 주재 일본 투자자 설명회는 2006년 이후 17년 만이다. 추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엔화 외평채가 일본 금융기관들에 우량 한국물에 대한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향후 한국 기업 및 금융기관들의 엔화채 발행에 마중물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평채는 외환시장 안정·개입을 목적으로 준비하는 외국환평형기금의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국채다. 그동안 주로 달러·유로화 표시 채권을 발행해왔고, 일본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파는 엔화 표시 외평채 발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전날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2015년 중단됐던 한-일 통화 스와프를 100억달러 규모로 8년 만에 재개하기로 합의한 데 이은 조처다. 양국 관계 개선에 따라 금융 협력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앞서 지난 1998년에도 엔화 표시 외평채를 찍은 바 있다. 다만 당시에는 투자 대상이 한국인과 재외동포로만 제한돼 있었다.
추 부총리는 “접근성 높고 위험도가 낮은 국채부터 상호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일본 주요 투자자 간 면담을 정례화해 충분한 정보를 공유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스미토모 미쓰이·미즈호·미쓰비시 등 일본 민간 은행 3곳, 국제협력은행(JBIC)·정책투자은행(DBJ) 등 공공 금융기관, 민간 운용사인 노무라 자산운용 등 10개 기관의 경영진과 이마무라 히데아키 일본 재무성 부재무관이 참석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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