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미국 앨라배마 부품업체 2곳에서 불법 아동 노동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난해 <로이터> 보도로 곤욕을 치렀다. 보도 직후 주 정부와 연방 정부는 앨라배마에 있는 현대차그룹의 10개 협력사 상대로 조사에 착수했고, 이내 불법 아동 노동은 사실로 확인됐다. 미성년자의 나이를 속여 회사에 취업을 알선한 인력대행사와 미성년자를 고용한 부품회사는 벌금을 부과받았다.
현대차그룹은 해당 부품회사의 지분을 일괄 매각하고 문제의 인력대행사와의 계약을 중단했다. 또 앨라배마주에 있는 1차 협력사 29곳에 대한 감사도 진행했다. 그러나 이런 후속 조처에도 현대차그룹은 ‘평판 훼손’은 피하기 어려웠다. 현대차는 지난 13일 발간한 ‘지속가능보고서’에 이 내용을 담으며, “이사회는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통해 해당 이슈에 대한 사실관계 및 후속조치를 지속해서 보고받고 있다. 이사회는 경영진에게 부당 고용 이슈 관리 등 경영 전반에 걸친 이에스지(ESG) 관리 체계 강화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하는 경영 활동을 뜻하는 이에스지 경영(ESG) 중 최근 사회(S) 부문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지금껏 이에스지 경영을 강조하면서도 환경·지배구조 부문에 견줘 사회 부문은 소홀히 하는 기업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사회 부문은 통상 인권·노동·소비자·노사관계·다양성·작업장 안전·개인정보보호·공급망 관리·지역사회 참여 등의 주제를 포괄하는 영역이다.
케이피알(KPR) 디지털커뮤니케이션 연구소가 최근 3년 동안 환경·사회·지배구조 세 요소별 언급량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21년엔 22만건에 그친 ‘사회’ 언급량이 2022년엔 32만건으로 30% 늘었다. 이런 흐름 속에 국내 기업의 경우 사회 부문에서 가장 위험도가 큰 사안은 ‘중대재해’라는 분석도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최근 펴낸 ‘사회 리스크 완화를 위한 공급망 전략’ 보고서에서 한국이 독일이나 영국, 일본에 견줘 10만명 당 산업재해 발생자 수가 가장 높은 현실을 짚으며 “한국 기업이 가장 주의해야 할 사회 리스크는 중대재해”라고 진단했다.
보다 눈길이 가는 대목은 중대재해 위험 관리 영역을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의 공급망 전체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이 보고서는 “협력업체들이 기업의 전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기업의 사회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필수 과제”라고 짚었다.
사실 ‘사회 부문’ 관리 범위를 공급망으로 설정하고 관리 중인 기업은 이미 있다. 스페인 건설사 에이시에스(ACS)그룹이 한 예다. 이 회사는 전체 공급망 업체를 대상으로 보건과 안전 관련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으며, 사업장별 안전 시스템 정책 수립과 실행 후 가장 우수한 사업장에 3개월 동안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고 있다. 프랑스의 루이뷔통(LVMH)은 자사의 유해화학물질 규정에 따라 사용 제한 물질 목록 등을 선정해 이 표준을 준수하지 않은 공급업체와는 계약하지 않는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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