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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새로 짓고 수명 연장까지 ‘석탄발전 역주행’…탈석탄법이 굴뚝 막을까

등록 2023-08-21 09:02수정 2023-08-21 12:23

‘신규석탄발전중단법’ 발의와 전망
지난 17일 국회에서 ‘탈석탄법’이 발의돼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문제가 기로에 서게 됐다. 국내 한 복합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국회에서 ‘탈석탄법’이 발의돼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문제가 기로에 서게 됐다. 국내 한 복합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가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중단시키는 것을 뼈대로 한 이른바 ‘탈석탄법’(석탄발전사업의 철회 및 신규 허가 금지를 위한 특별조치법안)을 지난 17일 발의했다. 국회 청원이 이뤄진지 10개월 만이다. 국민 5만명의 동의를 얻어 입법 청원된 이 법이 국회 문턱을 넘게 되면 지금 짓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를 멈춰 세울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기게 된다. 입법 과정에서 제정안이 어떻게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기존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도 정부가 조기폐쇄를 명령할 수 있는 법적 근거로 삼을 수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문제가 분수령을 맞게 됐다.

앞서 2021년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탄소 순배출량 제로(0)를 목표로 하는 탄소중립 달성은 석탄발전을 멈추지 않고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4분의 1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뿜어져 나오기 때문이다. 정부가 구호로만 기후위기 대응을 외칠 게 아니라면 적어도 석탄발전소를 새로 지어서는 안되는 이유다. 그러나 2년이 흐른 지금, 실행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지금 짓고 있는 석탄발전소들이 상징적인 증거다. 오는 10월과 내년 4월 완공될 삼척 석탄화력발전 1·2호기를 포함해 2021년 이후 새로 가동중인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만 7기에 이른다. 한쪽에선 탄소중립을 외치지만 다른 한쪽에선 석탄발전소를 짓는 모순적인 상황이 계속돼온 것이다.

강원 삼척시 근덕면 맹방해변에서 2.5㎞ 떨어진 옛 동양시멘트 폐광산 터에서는 삼척블루파워가 건설중인 석탄화력발전 1·2호기의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현재 공정률은 90%다. 설비용량은 2100㎿급으로,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1300만t에 이른다. 광주·대전 지역 배출량(2019년 기준)을 합친 것보다 많다. 지역 주민들은 환경파괴와 오염물질 배출을 우려하며 사업을 멈출 것을 요구했지만, 발전소 건설은 강행되고 있다. 정부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추진중인 발전사업이므로 어쩔 수 없다”는 태도다.

삼척 발전소 주변에선 지난 7월18일부터 시험 가동을 위한 석탄 육상 운송이 시작됐다. 석탄을 실은 25t 트럭이 하루 480여차례 동해와 삼척시 주거지를 가로지르며 달리고 있다. 주민들은 소음과 미세먼지 등을 호소하며 거세게 반발한다. 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성원기 강원대 명예교수는 “인구밀집 지역이 인근에 있어 발전소를 지어서는 안되는 입지인데도 공사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석탄을 운송하는 항만공사와 방파제 작업으로 인해 맹방해변의 침식과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척 발전소는 우리나라에서 건설되는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다. 하지만 30년 안팎의 가동 연한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고려하면 이게 끝이 아니다. 강원도에는 삼척화력 1·2호기뿐 아니라, 강릉 안인화력 1호기가 지난해 11월, 2호기가 올해 3월 완공돼 가동을 시작했다. 신규 발전소 7기가 순차적으로 가동하면서 뿜어내는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해 2200만t에서 올해 3700만t, 내년부터는 5000만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발전소를 짓기로 한 것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다. 성 명예교수는 “민간기업 참여를 허용한 삼척석탄화력발전 사업은 엠비정부가 초래한 민영화의 비극”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파리협정에 따른 탄소중립 이슈가 부각되면서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과 가동을 재검토했으나 원점으로 되돌리진 못했다. 당시 정부 관계자는 “적법하게 추진한 사업권을 정부가 강제로 회수하기 어려웠고, 무엇보다 이미 대규모 민간 자본이 투입된 만큼 손을 대기 어려웠다”고 했다. 이때부터 폭탄 돌리기가 시작된 셈이다.

새로 짓는 석탄발전소만이 전부는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기존 석탄발전소를 개·보수해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예컨대 암모니아와의 혼합 연소(혼소)로 발전 방식을 전환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기존 설비를 이용해 발전량은 유지하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기후운동단체인 기후솔루션은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고 태양광·풍력으로 대체하는 대신 암모니아 혼소를 선택하는 것은 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고 이에 따른 국가 석탄 의존을 높일 위험이 있어 에너지 전환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반박한다. 30년 설계수명을 다한 충남 보령화력 5·6호기는 폐쇄 시기를 늦추는 방식으로 수명 연장을 반복하고 있다. 충남에는 보령뿐만 아니라 당진, 태안, 서천에서 28기의 석탄화력발전기가 가동 중이다.

8월 현재 전국에서 운영중인 석탄발전소는 59기, 건설중인 발전소까지 합치면 60기를 넘어선다. 우리나라의 석탄발전 설비 증가량은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다. 국제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에 따르면, 석탄발전으로 인한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두번째로 많다. 국제 기후정책 연구기관인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는 한국이 파리협정 목표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2030년 이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신규 대형발전소 건설에서 보듯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은 갈피를 못잡고 있다. 시민사회가 직접 석탄발전 건설을 막을 법 제정에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60여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탈석탄연대)는 지난해 가을 신규 석탄발전소 철회를 위한 법 제정 청원을 이끌며 국회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의원입법 발의 요건(의원 10명 이상 서명)을 채우지 못해 10개월째 애를 태워야했다. 국회 앞에서는 탈석탄법 제정을 촉구하는 1인 시위가 잇따랐다. 성 명예교수는 법안이 발의된 17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60~70년대에 있을 법한 석탄 트럭을 운송하며 석탄발전을 돌리는 현재 상황을 정부가 인가했고 철회시키려고 하니 법이 없다고 한다”며 “국회에 묻는다. 대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실질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조속히 입법 논의를 해달라”고 여야에 촉구했다.

법안 발의에는 류호정·강은미·배진교·심상정·장혜영·이은주 의원(이상 정의당)과 양이원영·김성환·김정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용혜인 의원(기본소득당), 강성희 의원(진보당) 등 11명이 참여했다. 지금까지 국회 분위기로 볼 때 해당 상임위를 넘어 본회의를 통과할 때까지 적잖은 난관을 뚫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수홍 녹색연합 활동가는 “국회와 정부는 구호로만 기후위기 대응을 외칠 게 아니라 지금 당장 탄소 중독을 끊어낼 법제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탈석탄법은 삼척 석탄발전소를 대상으로 하기에 한계가 있지만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앞으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강제할 ‘탈탄소 기본법’이 추가로 나올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홍대선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어젠다센터장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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