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센터에서 물건 하차·분류 작업을 하는 일용직 노동자(헬퍼)로 일하는 ㄱ씨는 인간적 모멸감에 시달린다고 한다. 3주 전에 온 작업반장 폭언 탓이다. 그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작업반장은 업무 도중 잠시 쉬는 60대 노동자에게도 ‘일 안 하고 노느냐’고 반말을 섞어 악을 쓰고, 조장들에게는 ‘일용직들 갈구라’거나 ‘하차(무거운 물건 내리는 곳)로 보내버리라’고 명령한다. 아무리 일용직이지만 비인간적인 대우 받으며 일 해야 하나 싶어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2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쿠팡 물류센터인 일산2캠프에서 관리자가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막말과 폭언을 일삼는다는 호소가 적잖다. 또 다른 일용직 노동자 ㄴ씨는 작업반장의 막말과 폭언에 지쳤다고 토로한다. “나이를 막론하고 ‘정신 안 차릴래’ ‘핸드폰 박살내버리겠다’ ‘어디서 이어폰 끼냐 당장 빼라’고 큰 소리로 윽박질러요. 노예도 아니고 삶의 의욕마저 떨어집니다.” 그는 문제를 제기할 창구가 없어 한겨레에 제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7월26일 인천 서구 쿠팡 인천4물류센터에서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가 휴게시간을 보장하라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노동자들은 작업반장의 막말과 폭언 뿌리에는 물류량에 견줘 현저히 부족한 인력 상황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한다. 부족한 인원이 많은 일감을 처리하려다보니 빚어진 구조적 현상이라는 뜻이다.
쿠팡 일산2캠프 일용직 노동자들이 단톡방에서 나눈 대화. 제보자는 “단톡방 참여자의 동의를 받아 공개한다”고 밝혔다.
한 예로 일산 2캠프는 레일 1개를 2인1조가 담당해야 하지만 1명이 모두 책임질 때가 적지 않다고 한다. ㄷ씨는 “작업 환경이 열악한 데다 밀려드는 물량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일을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 지난주엔 4명이 일과 시간 중에 일을 그만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레일에선 분류하지 못한 물건이 떨어지고, 작업반장과 조장은 ‘옆 레일 도와주라’고 소리치며 뛰어다닌다”고 덧붙였다. ㄹ씨는 “스캔 찍는 노동자들에게는 ‘1분에 20개 이상 찍으라’고 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하차하는 노동자들에겐 2인1조로 움직이는 것이 원칙임에도 ‘(혼자서라도) 빨리 내리라’고 호통친다”고 주장했다.
‘헬퍼’ 부족은 일산2캠프만의 상황은 아니라며 열악한 환경과 과로 탓에 안전사고 우려도 크다고 이들은 말한다. 실제로 지난달엔 일산6캠프에서 폭염 속 야간작업을 하던 헬퍼가 쓰러져 병원에 실려간 바 있다.
해당 캠프를 운영하는 쿠팡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제보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포스터 등을 통해 알리고 있다. 지난 17일 익명의 온라인 게시글을 통해 해당 내용을 인지한 뒤 분리 조치 후 조사팀에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조사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회사 쪽은 “해당 캠프에 충분한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며 인력 부족 호소에는 선을 그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