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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경기 부진한데 실업률 최저?…단시간 취업자가 ‘비결’

등록 2023-10-16 05:00수정 2023-10-16 11:23

성장률 14년만에 최악에 대면서비스업 급증
단시간 취업 늘고 고용 호조 지속 ‘불확실’
서울 마포구의 서울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의 서울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연합뉴스
“실업률 2%대는 완전 고용 수준을 넘어 과거엔 보지 못한 숫자입니다.”

15일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노동시장연구팀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차가운 경기와 대비되는 한국의 일자리 호조 얘기다. 올해 우리 성장률은 2020년(-0.7%)을 제외하고 2009년 금융위기(0.8%)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1% 초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경제가 나쁜데도 실업률은 오히려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아지고 있는, 퍼즐처럼 이상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5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실업률은 2.3%로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0.1%포인트 하락했다. 1999년 6월부터 이 통계를 집계한 이래 9월 기준 최저치다. 국내 실업률은 올해 1분기 3.2%에서 2분기 2.7%, 3분기 2.3%로 하향 추세가 뚜렷하다. 지난 8월 기준으로, ‘일자리 호황’이라는 미국(실업률 3.9%)과 인구 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한 일본(2.7%)과 비교해도 한국의 실업률은 2.0%로 크게 낮은 편이다.

최근에 노동시장에서 은퇴자와 여성 등을 중심으로 구직자가 부쩍 늘어나는데도 실업률이 역대급으로 낮다는 건 그만큼 일할 사람을 찾는 법인·개인 사업체의 수요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강신혁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최근 제조업과 수출 경기가 부진하지만, 소비와 서비스업은 괜찮은 모습을 보이며 경기 지표보다 고용이 상대적으로 좋아질 여지가 생긴 것”이라고 짚었다. 거시 성장률과 수출 지표는 반도체 등 정보기술(IT)업의 업황 악화로 부진이 이어지지만, 당장의 일자리 창출 여력이 큰 노동집약적 서비스업이 회복세를 보이며 고용 호조를 이끌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올해 1∼9월 국내 서비스업 취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41만8천명이나 급증했다. 제조업(-4만8천명), 건설업(-2만5천명), 농림어업(-1만6천명) 등 다른 업종의 취업자 규모가 쪼그라든 것과 대조적이다. 세부 업종별로 봐도 지난 3분기 취업자 증가폭이 큰 3대 업종은 보건·복지업(13만4천명), 숙박·음식업(10만4천명), 전문과학서비스업(6만2천명)이었다. 돌봄 수요, 대외 활동 증가 등으로 주로 대면 서비스 업종이 호조세를 보인 셈이다.

한 팀장은 “코로나 당시 급증했던 배달 등 비대면 업종 일자리가 계속 유지되는 상태에서 대면 서비스 재개, 억눌렸던 소비 회복 등으로 노동 수요가 확장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 시기 플랫폼의 발달과 고용 유연화 등으로 구직자와 기업 간 일자리 매칭이 원활해지고, 물가 상승에 견준 실질임금 감소로 기업의 채용 여력이 커진 것도 실업률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올해 정부가 일자리 정책 마련과 관련 재정 투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온 것도 ‘예상밖의 고용 호황’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낙관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천경기 고용노동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은 “고령 친화적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고 중국인 관광객 유입 회복이 내수 숙박·음식업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등 향후 고용시장은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나 일자리의 질이나 역대 최저 수준의 실업률이 지속가능할지 여부는 따져볼 문제다. 예컨대 통계청 조사에서 주당 평균 취업시간이 36시간 미만이라고 답한 ‘단시간 취업자’ 수는 2019년 540만2천명에서 지난해 802만8천명, 올해 3분기 882만4천명으로 불어났다. 총취업자에서 단시간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19.9%에서 지난해 28.6%, 올해 3분기 30.8%로 올라서며 단시간 취업자가 고용시장의 ‘뉴노멀’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이런 ‘불완전고용’ 일자리 증가는 취업자의 자발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주휴수당·퇴직금·유급 연차휴가 등이 보장되지 않는 ‘주당 15시간 미만’ 취업자 수가 꾸준히 늘어나는 건 주휴수당 미지급을 위한 ‘쪼개기 계약’ 성행 등의 영향으로 볼 여지도 있다. 주 15시간 미만 취업자는 2019년 연간 130만2천명(전체 취업자수 대비 4.8%)에서 지난해 157만7천명(5.6%)으로 늘었고, 올해 1~9월 평균 159만9천명(5.6%)으로 집계됐다.

강신혁 실장은 “올해 ‘상저하고’(상반기보다 하반기가 좋음) 경기 전망과 달리 고용시장은 ‘상고하저’(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나쁨) 기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제조업 경기 부진이 시차를 두고 고용에 본격 반영되고 서비스 수요 회복세도 주춤해지면서, 경기와 따로 노는 노동시장의 ‘나 홀로 호황’이 계속되기는 어려울 거란 시각이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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