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서울 한 은행에서 시민이 대출창구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9월 중 은행 예금과 대출 금리가 나란히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긴축 장기화와 국채 금리 상승 등의 영향이다. 신용도가 낮을수록 대출 문턱도 높아지면서 저신용자들은 카드론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9월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를 보면, 예금은행의 9월 평균 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5.17%로, 전달보다 0.07%포인트 상승했다. 석달 만의 반등이다. 예금(저축성 수신) 평균 금리는 한달 새 0.16%포인트 급등한 연 3.81%다. 올해 1월(3.83%)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높다.
서정석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은행채와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 증가 등으로 시장 지표금리가 오른데다 은행들이 만기가 돌아온 예금의 재유치 경쟁을 벌이며 수신 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려 대출 금리까지 상승했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금리(4.9%)는 0.07%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대출 금리는 7월(4.8%) 이후 두달째 상승세다. 일반 신용대출 금리 상승폭(0.06%포인트)이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폭(0.04%포인트)보다 컸다.
주담대 금리는 지난해 10월 4.82%에서 올해 5월 4.21%까지 7개월 연속 떨어지다가 6월(4.26%)부터는 4개월 연속 오르는 중이다. 특히 9월에는 만기가 긴 고정형 금리(4.3%)의 상승폭(0.05%포인트)이 변동형(4.51%·0.01%포인트)보다 더 컸다.
이런 양상은 카드사가 취급하는 카드론에서도 관찰된다. 이날 여신금융협회가 발표한 카드론 이용 실적을 보면, 8개 전업 카드사(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의 9월 카드론 신규 취급액은 전달에 견줘 13.4% 줄어든 3조586억원이다. 이는 카드론 신규 취급액을 파악할 수 있었던 지난 3월 이후 최저치다. 다만 큰 폭 감소에는 8월보다 9월 영업일이 3일 적은 점도 일부 작용했다. 8개 카드사 카드론 신규 취급액은 3조3천억~3조5천억원대를 유지해왔다.
특히 8개 카드사 가운데 신용점수 500점 이하인 저신용자가 카드론을 쓸 수 있는 곳은 9월엔 한곳도 없었다. 지난 7~8월엔 케이비(KB)국민카드가 신용점수 401~500점 사이에 연 19.9%, 6월에는 롯데카드가 연 19.6% 금리로 카드론을 내줬다.
이는 여신전문채권(여전채) 금리가 오르면서 카드론 금리도 뛰고 있어서다. 카드사들은 여전채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대출한다. 26일 기준 신용등급 AA+ 3년물 여전채 금리는 4.926%로, 한달 전보다 0.284%포인트 올랐다. 여전채 금리는 4.330%(7월26일)→4.502%(8월25일)→4.642%(9월26일) 등 계속 오름세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조달 비용이 늘다 보니, 리스크 관리를 위해 신규 취급액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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