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 방문해 주요 품목 물가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빵·우유 사무관’을 지정하는 등 물가 안정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정부가 식품업계의 ‘슈링크플레이션’ 등 꼼수 가격 인상에 경고장을 날렸다. 연일 정부가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강조하고 현장 점검에 나서자 식품업계가 가격은 유지한 채 제품 용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어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서울 용산구 이마트 용산점을 찾아 물가를 점검한 뒤 기자들과 만나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해 “(식품업계가) 일부 내용물을 줄이는 경우가 있는데, 국민들께서도 제품 불신이 커지고 그것은 지속 가능한 영업행위가 아니”라며 “(제품) 양이 줄었는데 모르고 소비하는 경우가 많을 수 있다. 가격을 올린 것을 고지하듯 (양을) 줄여서 가격을 그대로 팔면 최소한 알리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식품 업체들이 제품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용량만 줄이는 것을 말한다. 씨제이(CJ)제일제당은 이달 초부터 숯불향 바베큐바 중량을 280g에서 230g으로 50g 줄여서 편의점에 공급하고 있다. 가격은 그대로지만 중량을 줄여 사실상 g당 가격을 21.5%가량 올린 것이다. 동원에프앤비(F&B)는 양반김 개당 중량을 5g에서 4.5g으로, 동원참치 라이트스탠다드 중량을 100g에서 90g으로 줄였다.
풀무원은 1봉지에 5개(500g) 들었던 핫도그 개수를 최근 4개(400g)로 줄였고, 해태제과는 고향만두 1봉지당 용량을 415g에서 389g으로 낮췄다. 오비(OB)맥주는 카스 묶음 제품의 개당 용량을 375㎖에서 370㎖로 줄였다. 농심과 오리온도 각각 양파링과 핫브레이크 중량을 4~5g씩 뺐다. 정부가 물가 관리 등 가격 통제에 나서자 식품업체들이 용량을 줄이는 식으로 편법 대응한 셈이다.
추경호 부총리는 식품 업체들이 상품 중량 감소를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공지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가격·함량·중량표시가 정확하지 않으면 현행 법규에 따라서 엄정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가 언급한 법규는 산업통상자원부 고시인 ‘가격표시제 실시요령’이다. 이 조항에 따라 대형마트 등은 단위당 가격을 표시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추 부총리는 제품 용량 변경을 효과적으로 알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 정책을 주관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재부 요청을 받아 소비자가 제품 용량 변경 사실을 쉽게 인지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존 단위당 가격표시제는 제품 간 비교는 용이하지만, 동일 제품의 용량 변화는 쉽게 알아채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식품업계에선 슈링크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뿐만 아니라 제조·물류비용 등이 줄줄이 오른 상황에서 정부 압박에 가격은 올릴 수 없으니 용량을 줄이는 것”이라며 “용량마저 손대지 못하게 하면, 원료의 질을 낮춰서라도 비용 절감하려는 기업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김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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