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제5차 국민연금 종합 운영 계획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통화기금(IMF)이 인구 고령화와 그에 따른 정부 부담 증가 여파로 오는 2075년 국내총생산에 견준 한국 정부 부채가 지금의 2배 수준으로 급증할 수 있다며 연금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축소가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도 쓴소리했다.
19일 아이엠에프의 ‘한국 연례 협의 보고서’를 보면, 이 기구는 “고령화가 한국의 공공 부채(public debt)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2075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 부채 비율이 200%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분석은 국민연금 등 기존 공적연금 제도가 향후 50년간 그대로 유지될 경우를 전제한 것으로 기준점(2020년)을 0%로 가정하고 따져본 것이다. 현재 공공부채비율이 약 50% 수준인 점을 염두에 두면 50년 뒤엔 이 비율이 100% 내외에 이른다고 이 기구가 추산했다는 뜻이다.
인구 고령화 및 향후 50년간 연금 정책(기존 제도 적용)을 반영한 한국 정부의 부채 부담 추이.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 갈무리
아이엠에프는 “한국의 주요 연금 제도는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연금 기여율(보험료율)을 대폭 인상하고 퇴직 연령을 더 연장하는 게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정년 및 연금 수급 연령 연장, 보험료율 인상 등을 촉구한 셈이다.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8%)의 절반 수준이다. 올해 국민연금 수급 연령은 63살로, 2013년부터 5년마다 한 살 늦춰 2033년까지 65살로 올라갈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말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종합 운영 계획안을 발표하며 ‘얼마 더 내고 얼마를 받는지’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지 않아 ‘맹탕’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아이엠에프는 국민연금 보험료율과 퇴직 연령 상향 외에 기초연금 인상, 국민연금과 다른 직역 연금의 통합 등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민연금의 소득 대체율(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 현재 42.5%) 인하는 노후 빈곤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대체율을 낮추는 대신 소득 하위 70% 고령층에 지급하는 기초연금 급여를 높이자는 제안이다.
또 아이엠에프는 “정부가 알앤디 지출(예산)을 대폭 삭감한 건 기초 연구 및 중기 생산성 개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고 언급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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