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잔액 증가폭이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은행권은 주담대 취급 요건을 강화해 증가세 잡기에 나섰다.
5대 은행(케이비(KB)국민·신한·하나·우리·엔에이치(NH)농협)의 주담대(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27일 기준 524조913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521조2264억원에서 3조6874억원 불어난 규모다. 월말 기준으로 집계하면,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던 2021년 이후 처음으로 주담대 잔액 증가폭이 4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케이비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최근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이 월평균 5만호 내외에 정체돼 있음에도 대출규제 완화와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 증가로 주담대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출이 잡히지 않자 은행권은 문턱을 높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24일부터 주담대 취급 기준을 높였다. 지난 3월 폐지됐던 다주택자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최대한도를 2억원 이하로 설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주담대(주거용 오피스텔 포함)에 모기지신용보험(MCI)·모기지신용보증(MCG) 가입을 제한했다. 대출한도에 소액임차보증금까지 포함돼 있는 상품이라, 모기지신용보험·보증이 중단되면 대출한도가 줄어든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서울 지역의 경우 5500만원가량 대출한도 축소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도 비슷한 조처를 시행한다. 신한은행은 다음달 1일부터 다주택자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최대한도를 2억원 이하로 제한하기로 했다. 연립·빌라 및 다세대 주택에는 모기지신용보험을, 주거용 오피스텔에는 모기지신용보증 가입을 중단하기로 했다. 정부·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상생금융을 압박하면서, 은행권은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은행채 금리가 떨어지면서 고정금리대출 하단이 2개월 만에 3%대로 내려왔지만, “상생금융 주문 탓에 대출 금리를 올릴 수 없는 터라 주담대 잔액 증가세를 잡기 어렵다”고 은행들은 호소한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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