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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홍콩ELS 원금 손실 전망…불완전판매, 은행쏠림, 막차심리 결합

등록 2023-12-01 06:00수정 2023-12-01 09:23

투자자 집단대응 나서…금융당국 책임론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홍콩에이치(H)지수 하락으로 이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 우려가 커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투자자들은 은행들의 불완전 판매를 주장하며 집단 행동에 나섰고 일부 전문가들은 쏠림 현상을 방치한 금융당국 책임론을 거론한다.

■ 투자자 부글부글

지난 23일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온라인 커뮤니티 ‘홍콩H지수 관련-ELS 가입자 모임(피해자)’ 가입자는 500명을 훌쩍 넘어섰다. 이곳은 이엘에스 투자 경험을 공유하고 원금 손실이 발생할 경우 대응 방안을 토론하는 공간이다. 이들은 12월 초 원금 복구 등을 요구하는 장외 집회 계획도 세워뒀다.

이들 상당수는 불완전판매를 주장한다. 위험을 충분히 설명듣지 못한 채 투자했다는 얘기다. 70대 이아무개씨는 “원금 보장형 상품을 원했으나 은행 직원이 이엘에스 가입을 유도했다. (직원이) 전쟁이 나지 않는 한 안전하다고 말했다”고 주장한다. 40대 중반인 김아무개(45)씨도 “은행원이 자신도 이 상품에 투자했다며 한번도 원금 손실이 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50대인 또다른 김아무개씨도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것을 알았다면 가입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본인 명의로 2억4천만원, 남편 명의로 7천만원을 투자했다고 한다. 이런 주장이 사실이면 금융감독원의 분쟁 조정 절차 과정에서 투자 손실 일부를 보상받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주가연계증권을 가장 많이 판매한 케이비(KB)국민은행에 대한 현장점검을 시작으로 관련 상품을 취급한 금융권 전반을 살펴보고 있다. 금감원 자료를 보면, 내년 상반기 만기가 되는 상품 기준으로 국민은행이 4조7726억원으로 가장 많고, 엔에이치(NH)농협은행(1조4833억원), 신한(1조3766억원), 하나(7526억원), 우리은행(244억원) 순이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30일 “(판매 직원이)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설명했는지, 손실가능성을 알고 투자할만한 사람인지 등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여러 쟁점이 있다. 은행이 (이런 점에 과실이 없다면)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완전 판매가 아니라면 원금 손실은 투자자가 부담해야 할 몫이라는 뜻이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쏠림 유발한 감독 실패 논란도

원금 손실이 현실화하면 금융당국 책임론이 부상할 수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9년 12월 파생상품 판매 총량 규제를 도입한 바 있다. 당시 파생상품 대규모 부실 판매 논란이 커지면서 투자자 피해와 위험 노출을 줄이기 위해 시행한 규제이지만 예상치 못한 쏠림 현상을 낳았다.

국민은행의 판매량이 다른 은행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건 이 때문이다. 규제 도입 당시 국민은행은 판매량이 적어 다른 은행에 견줘 판매한도가 넉넉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는 “금융당국이 특정 은행으로의 쏠림 현상을 유발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일부 투자자들도 이런 규제가 불완전판매로 이어졌다는 주장을 편다. 한 투자자는 “은행에서 (한도가 거의 다 돼) 상품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홍보했다. 은행원이 시키는 대로 영업 시작 전에 후문으로 들어가 가입했다”고 말했다. 은행은 판매 한도를 채우는데 급급해 충분한 위험 고지를 못했고, 투자자는 고금리 상품에 막차 탄다는 생각에 위험을 꼼꼼하게 들여다보지 못한 일이 있었다는 증언인 셈이다.

현재 상당수 은행들은 논란이 된 상품 판매를 중단했거나 중단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11월30일부터, 하나은행은 12월4일부터 관련 상품 판매를 중단한다. 신한·우리은행은 각각 지난해 11월, 12월부터 홍콩에이치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이엘에스는 팔지 않고 있다. 농협은 지난달 4일부터 원금보장형 상품만 팔고 있다.

이엘에스는 통상 1~3개의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만기까지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면 원금에 약정이자를 주는 파생상품이다. 만기 전이라도 중도 상환 시점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기초자산 가격이 유지되면 수익을 낼 수 있다. 보통 만기에 기준 시점 대비 40% 이상 가격이 하락하면 원금 손실을 입게 된다. 이엘에스 만기는 대부분 3년인데, 곧 만기가 다가오는 상품이 가입된 2021년 상반기 홍콩에이치지수는 1만~1만2000선이었다. 지금은 절반 수준인 6000선이다. 지수가 반등하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의 대규모 원금 손실은 불가피하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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