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1%대 중반에도 못 미쳤을 것으로 잠정 전망한 우리 경제의 실질 성장률이 올해 2%대를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와 수출 회복이 성장을 견인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고금리가 실물경제를 제약하는 여파가 본격화하며 소비·건설 등 내수 부진이 깊어질 여지가 있는데다 주요국의 지정학적 갈등 확대 가능성 등 대외 불확실성도 여전한 상황이다. 고강도 재정긴축 기조 속에 1%대 저성장 우려가 다시 커지면 중앙은행을 향한 정부의 직간접적인 기준금리 인하 압력이 높아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4일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국내 실질 경제성장률을 지난해(1.4%·정부 잠정 전망치)보다 높은 2.2%로 전망했다. 세계 경제 둔화에도 글로벌 교역 확대로 수출이 큰 폭으로 반등하며 성장을 이끌 것으로 봤다. 부문별로 지난해 연간 7.4% 줄어든 상품수출이 올해는 반도체 회복 등에 힘입어 8.5%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설비투자도 지난해 -0.2%에서 올해 3.0%로 회복세를 점쳤다.
반면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지난해와 같은 1.8%에 머물고 건설투자는 지난해 2.7%에서 올해 -1.2%로 뒷걸음질할 것으로 예측했다.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지난 2일 브리핑에서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수출 중심의 경제 회복세가 내수로 이어져 국민들이 체감하는 데까지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3.6%에서 올해 2.6%로 상승폭이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초 5.0%까지 치솟았던 물가 상승률의 둔화 흐름이 이어져 올해 상반기 3% 안팎, 하반기엔 2%대 초반까지 내려오리라는 예상이다.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값은 국제통화기금(IMF)·한국개발연구원(KDI) 등과 같고 한국은행(2.1%)보다는 높다. 문제는 성장률이 정부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국제기구와 국책연구기관·민간연구소·증권사 등 주요 20개 기관이 내다본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평균 2.0%)는 2%에 턱걸이하는 수준이다. 엘지(LG)경영연구원(1.8%), 신한투자증권(1.7%) 등은 올해 성장률이 2%를 밑돌며 역대 최초로 2년 연속 1%대 저성장에 머무를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올해 상반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집행률을 역대 최대로 끌어올리는 등의 재정 대응 카드를 소진하면 한국은행에 기준금리 조기 인하를 압박하는 등 재정당국과 통화당국 사이에 경기 대응 방식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