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시장경제’가 문제 아니라 ‘미국형 시장만능주의’가 문제

등록 2008-10-06 14:30수정 2008-10-13 16:43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매주 월요일마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의 ‘경제이야기’와 김광수경제연구소의 ‘진단&전망’이 실립니다. ­이정우 교수는 주요 경제현안들을 경제이론 또는 개념과 연결시켜 짧은 강의 형식으로 풀어가며, 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는 김광수 소장을 비롯한 3명의 연구자들이 지난 한 주 동안에 나라 안팎에서 벌어진 주요 경제이슈를 종합 진단하고 전망합니다.

‘경제이야기’를 맡은 이 교수는 참여정부 초기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데 이어 참여정부의 12개 핵심 국정과제를 총괄 조정하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해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설계사’로 꼽혔습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받은 박사학위 논문 주제가 임금 불평등 문제였다는 점에서 엿볼 수 있듯이 소득 불균형 해소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김광수경제연구소의 김광수 소장은 지난 1997년 12월 노무라연구소 서울지점에서 일하면서 외환위기의 원인과 대처법을 담은 50여쪽짜리 보고서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으며, 2000년 8월 ‘정직하고 도덕적인 지식의 생산기관’을 깃발로 내건 주식회사 김광수경제연구소를 세워 민간 독립경제연구소의 새 장을 열고 있습니다. 2년여 전부터 미국 경제의 위기를 예상하는 등 국내외 경제 현안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전망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최근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미국 자본주의의 위신이 땅에 떨어져 버렸다. 사람들이 기존 경제체제를 불신하고, 미래를 불안하게 생각하며, 뭔가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위기는 고삐 풀린 자본주의, 규제되지 않은 금융시장의 문제점이 폭발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것을 자본주의 혹은 시장경제 일반의 문제점으로 확대해석해서 시장경제 자체를 배척해서는 안 된다. 이번 금융위기에서 문제가 된 것은 미국의 시장만능주의 경제모델이지 시장경제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자본주의는 자본주의 대표선수답게 별명도 많다. 월가 자본주의, 영미형 자본주의, 자유시장경제, 시장만능주의, 신자유주의 등으로 불린다. 모든 나라에서 시장과 정부가 힘을 합쳐 경제를 운영하고 있으므로 현대경제를 혼합경제라고 하는데, 그 혼합 비율은 나라에 따라 크게 다르다. 영미형 자본주의에서는 시장이 주연이고, 정부는 조연이다.

시장경제에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시장경제에는 시장만능주의만 있는 게 아니고, 크게 봐서 영미형, 북구형, 유럽형의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시장이 큰 역할을 하고 성장을 중시하는 것이 영미형 모델이며, 영국·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 대척점에 정부의 역할이 크고, 분배를 중시하는 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덴마크의 북구형 사회민주주의가 있다. 양자의 중간에 위치하는 것이 독일·벨기에·네덜란드·스위스·오스트리아 등의 유럽 복지국가다. 영미형 국가의 조세부담률이 20~25% 정도인 데 비해 북구는 무려 50%나 되고, 유럽은 양자의 중간쯤 된다. 이념적으로 본다면 영미형은 우파, 북구형은 좌파로 부를 수 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세 모델의 종합성적은 어떤가? 세 모델의 평균소득은 모두 3만달러라서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그러나 영미형에 비해서 분배가 평등하면서 성장은 비슷하고, 교육·혁신능력이 탁월하고, 범죄가 적고 인간적인 사회라 할 수 있는 북구가 우등생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국민소득 대비 20%의 세금을 내면서도 감세와 ‘작은 정부’가 인기가 있고, 좌파는 경제를 망친다는 것이 정설처럼 통하는 한국에서는 참으로 믿기 어렵겠지만 50%나 세금을 거두는 북구 좌파 국가의 경제성적이 우수하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과연 ‘시장경제’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


한겨레가 새로워집니다
한겨레가 새로워집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