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쌀 직불금 문제로 나라가 소란하다. 쌀 직불금은 농업 보조 정책의 일종으로서 쌀값 하락에 따른 농가 타격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경지면적에 비례해서 농가에 직접 소득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각국은 다양한 농업 보조 정책을 갖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농민들이 잘사는 나라에서도 여전히 막대한 농업보조 예산을 쓰고 있으니 우리나라처럼 농촌이 가난한 상황에서 농업 보조 정책은 당연하다.
과거에 대표적인 농업 보조 정책은 가격지지 정책이었다. 이는 정부가 개입하여 농산물에 높은 가격을 보장해주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가 반세기 동안 유지했던 추곡수매 정책이 여기에 해당한다. 정부는 농민에게서 비싸게 쌀을 사서 시중에 내다 팔 때는 적자를 보면서 싸게 팔았기 때문에 이를 이중곡가제라고 하기도 한다. 당연히 큰 예산이 들었다.
그러나 농산물 가격지지 정책에는 부작용이 있다. 높은 가격은 농민들로 하여금 증산을 자극하므로 다음해 공급과잉을 가져오고, 결국 가격을 하락시킬 위험이 있다. 특히 농업에서 공급과잉은 가격 폭락을 가져오는데, 그 이유는 농산물이 생필품이고 생필품은 수요가 비탄력적(가격 등락에 대해 수요량이 크게 변동하지 않는 성질)이기 때문이다. 풍년이 들면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여 오히려 농민들이 더 살기 어려워지는 소위 ‘농부의 역설’도 바로 이런 원리 때문이다. 농민들이 땀 흘려 경작한 금쪽같은 배추, 양파, 배를 폐기하거나 밭을 갈아엎는 일견 극단적 행동을 하는 이유도 같은 원리로 설명될 수 있다.
따라서 각국 정부는 가격지지 정책 대신 농민에게 직불금을 주거나 오히려 농산물 공급을 줄여 농민들의 소득을 보전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는데, 미국의 휴경보조금이 하나의 예다. 농사를 짓지 않고 땅을 놀리는 데 보조금을 준다는 것은 대단히 이상하게 보이지만,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과거에는 가격지지 정책 또는 쌀 증산 정책을 썼으나 이제는 시대에 맞지 않는다. 과거 쌀이 모자라던 시절에는 매년 ‘쌀 증산왕’을 표창하였으나 그 말이 사라진 지 오래다. 최근 농업보조 추세는 직불금이다. 가격지지가 가져올 ‘농부의 역설’이라는 부작용을 피하면서 가난한 농민을 돕는 직불금 제도는 분명히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번 쌀 직불금 사태에서 보듯 농민 대신 지주가 돈을 타가는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정책 취지는 좋으나 정부의 준비가 소홀했음이 분명해졌다. 국민의 분노는 당연하다. 직불금 제도는 유지하되 허점은 철저히 보완해야 할 것이다.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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