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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토지 문제에 정의는 없는 것인가?

등록 2008-11-16 18:08수정 2008-11-17 15:01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지난 11월13일 헌법재판소는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부동산의 세대별 합산은 위헌이며, 조세부담 능력이 낮은 1가구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가 종부세의 입법 취지를 인정하고, 원본을 잠식할 만큼 과중하지도 않고, 2중 과세도 아니며, 국세 형식으로 거두는 것도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도 정작 핵심인 세대별 합산 문제에 대해 7 대 2로 위헌 결정을 내림으로써 종부세는 사실상 명을 다하고 말았다.

원래 소득세에서 부부 합산 과세가 옳으냐, 부부 별산 과세가 옳으냐 하는 것은 경제학에서 정답이 없는 것으로 유명한 문제다. 비례세인 경우에는 합산이든 별산이든 결과가 같으니 문제가 되지 않는데, 문제는 누진세의 경우다. 합산을 하면 합산의 불합리가 있고, 별산을 하면 또 별산의 불합리가 있어서 어느 쪽이 옳은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경제학에서 내린 결론이다. 그런데 왜 헌재는 한쪽을 정답이라고 하고, 다른 쪽은 위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그리고 주택은 다른 상품과 달리 소비주체가 가족이지 개인이 아니다. 주택 구입은 개인이 옷을 사는 것과는 다르다. 종부세에서 부동산의 기본 보유단위를 개인이 아니라 가족으로 본 것은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더구나 지금까지 가족 명의로 소유를 분산하여 각종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려왔다는 것을 국민들은 상식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도 가족 합산에 위헌 결정을 한 것은 투기의 빗장을 활짝 열어준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정부의 법률이나 제도 중에는 부부 합산이 많다. 예컨대 정부는 국민기초생활 보장 대상자를 선정할 때 본인 이외에 배우자, 부양의무자의 소득, 재산까지 샅샅이 조사해서 정말로 딱한 경우조차 가차없이 배제하고 있는데, 이것은 부부 합산이 아니고 무엇이냐.

로마 시대 호민관 그라쿠스 형제는 지독한 토지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귀족들의 미움을 사서 무참히 죽임을 당했다. 조선시대 역시 토지 문제가 심각하여 전라북도를 지나가려면 훈구파 유자광의 땅을 밟지 않고는 갈 수가 없다고 할 정도였는데, 정작 농민들은 ‘송곳 하나 꽂을 땅’조차 없었다. 이를 개혁하려던 조광조는 훈구파의 모함을 받아 사약을 받고 죽었다.

토지 문제에서 정의란 애당초 없는 것인가? 왜 없겠는가. 정의가 없는 게 아니고, 기득권층이 애써 눈을 감으니 안 보일 뿐이다. 문제는 정의감과 개혁의지다. 마침 1970년 11월13일은 스물두 살의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외치며 몸을 불살랐던 날이다. 법이 정의를 외면하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은 뭘 믿고 살아가나.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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