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의 경제이야기]
‘미네르바’라는 필명을 가진 논객이 인터넷을 통해서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죄목으로 구속됐다. 과연 미네르바가 죄를 지었느냐, 혹시 미네르바가 여러 명이 아니냐 등등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어쨌든 그가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을 예언했고, 1400원대 환율을 예측하는 능력을 보여준 것은 놀랍다. 경제예측은 대단히 어렵고, 틀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이 정도 능력은 흔하지 않다.
지난 연말 미국의 <포린 폴리시>지는 ‘2008년 최악의 예측 10가지’를 발표했는데, 그중에는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골드만 삭스의 예측도 포함되어 있다. 역시 미국의 <비즈니스 위크>지도 ‘2008년 최악의 예측 10가지’를 발표했는데, 그중에는 “미국 주가가 상승할 강력한 힘이 도사리고 있다”든지, “보험회사 에이아이지(AIG)가 큰 이익을 실현할 것”이라든지, “미국 주택금융회사 프레디맥과 패니메이가 기본적으로 건전하다”는 등이 포함되어 있다. 다 알다시피 에이아이지는 거액의 손실을 본 끝에 정부의 긴급 구제금융을 받았고, 프레디맥과 패니메이는 부실이 심해서 결국 국유화되었다. 흥미롭게도 목록에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도 들어 있다. 그는 작년 7월에 기자회견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비록 경제학자는 아니지만 우리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경제는 워낙 여러 변수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장래를 예측하기란 지극히 어렵다. 시카고대학 경제학 박사인 안드레 군더 프랑크(Andre Gunder Frank)는 종속이론가로 이름을 날렸는데, 그가 쓴 논문 중에 ‘경제학을 점성술에 비교하는 건 모독이다’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제목만 보면 경제학을 점성술과 비교하는 건 경제학자에게 모독이라는 것처럼 들리지 않는가. 그런데 이 논문의 부제는 ‘점성술가에게’라고 되어 있다. 즉, 경제학의 예측 능력은 점성술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둘을 비교하면 점성술가에게 모독이 된다는 뜻이다. 이 글에는 역사적으로 틀린 경제예측이 수두룩하다. 대표적인 것으로 1973년 석유위기 발발 직전에 당시 에너지 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불리던 모리스 애덜먼은 유가 하락을 예측하였는데, 석유위기로 유가가 무려 4배로 폭등함으로써 애덜먼의 체면은 말이 아니게 되었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 무렵에 비로소 날개를 편다”라는 명언은 원래 헤겔이 한 말이다. 현실적으로 사태가 많이 진행되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우리가 그 사실을 인식할 수 있다는 뜻으로서 인간 인식의 한계를 지적하는 말이다. 이 말은 틀린 예측을 해서 망신을 당한 모리스 애덜먼이나 조지 부시에게는 위안이 될 만한 말이다. 그런데 한국의 미네르바는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으니 자못 귀추가 주목된다.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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