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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세계화와 ‘바닥을 향한 경주’

등록 2009-01-18 22:04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세계화가 오늘날 세계를 움직이는 기본원리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선진국은 물론이거니와 아프리카의 오지에도 세계화의 물결은 넘실댄다. 지금 세계화에서 동떨어져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세계화는 야누스처럼 좋고 나쁜 두 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 세계화의 장점은 무역 확대, 자본이동 증가, 기술과 지식의 전파 등을 통해 각국의 경제성장이 촉진되고, 생활이 개선되는 것이다. 그 대신 세계화는 어두운 그늘도 있으니, 각국이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서 경쟁적으로 임금 인하, 사회보장 축소, 규제완화 등으로 치달을 우려가 있다. 이를 ‘바닥을 향한 경주’(race to the bottom)라 한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이른바 ‘제2차 세계화’의 특징은 19세기 말의 제1차 세계화에 비해 노동 이동과 장기자본 이동은 적고, 다국적기업 형태의 직접투자가 활발한 것이다. 따라서 각국에서는 외자 유치를 위해 자본과세 축소 노력, 국제간의 ‘바닥으로의 경주’, 자본의 활발한 이동 등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실에는 이런 일이 별로 없다. 자본은 발 빠르게 이동할 것처럼 위협은 가하지만 좀처럼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각국의 법인세율이 다국적기업에 그리 큰 부담이 되지 않고, 실제로 어떤 나라에 투자가 되고 나면 자본이동을 어렵게 만드는 여러 현실적 요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흔히 국경 너머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는 자본의 성질을 가리켜 ‘발빠른 자본’이란 표현을 쓰지만 실제로 투자 뒤에는 자본도 발이 무거워진다고나 할까.

‘바닥을 향한 경주’ 가설의 증거는 어떤가? 실증 분석에 의하면 이 가설을 지탱해줄 증거는 별로 없다. 저명한 경제학자 바그와티에 의하면 아무리 국제경쟁이 치열해도 바닥으로의 경주는 없고, 오히려 ‘위를 향한 경주’(race to the top)가 있을 뿐이라고 한다. 세계화가 진행된 1980년 이후에도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복지지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도 ‘바닥을 향한 경주’ 가설과 모순된다.

치열한 국제경쟁이 벌어지는 세계화 시대에 복지정책은 노동비용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세계화와 양립할 수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는 사람이 많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증거를 보면 복지국가는 여전히 왕성하고, 오히려 경쟁이 심해질수록 사회안전망이 더 필요해지는 측면도 있다.

세계화 시대이니만큼 복지국가 무용론, 복지국가 와해론이 무성하고, ‘세계화 시대이므로 복지 대신 오직 성장에 매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자주 듣게 되지만 각종 증거를 종합해볼 때, 그런 주장은 하나같이 근거가 희박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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