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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최고 기업 GM의 흥망성쇠

등록 2009-06-07 21:12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늙은 공룡’이란 별명을 갖고 있던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가 결국 지난 1일 파산보호 신청을 해서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이로써 지엠은 청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1세기간 누려왔던 최고 기업의 영광은 일거에 빛이 바래게 되었다. 지엠의 몰락에는 세계적 불황, 강성 노조의 과도한 요구도 작용했지만 안이한 경영이 주요 원인이다. 일본 자동차의 도전, 고유가, 친환경 추세를 무시하고 대형차에 집착한 게 패인이다.

1908년 창립된 지엠은 101년 역사 중 76년간 자동차 업계 세계 1위를 유지했다. 전세계에 직원이 23만명, 미국 광고 2위, 스포츠 후원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1953년 국방장관에 임명된 찰스 윌슨 지엠 회장은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미국에 좋은 것은 지엠에도 좋고, 그 역도 성립한다”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지엠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다’라고 와전되는 바람에 지엠은 오만한 회사라는 누명을 쓰기도 했다.

지엠의 역사는 1908년 미시간주 플린트시에 공장을 세우는 데서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알렉산더 포프는 “폭발하는 것 위에 사람을 앉힐 수는 없다”고 반대하고 있었고, 훗날 대통령이 된 프린스턴대학 총장 우드로 윌슨은 자동차는 호감이 가지만 부자들만 소유할 수 있어서 사회주의를 자극하는 촉매가 될 것이라고 말하던, 자동차 초기 시절이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초기 선두주자는 단연 포드였다. 헨리 포드는 1908년 ‘티(T)모델’을 개발하여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티모델은 불티나게 팔렸고, 포드는 언론의 극찬을 받았는데, 이런 칭찬이 오히려 독약이 됐다. 포드는 모델 변경을 거부했고, 오만해져서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한번은 포드가 유럽 출장을 다녀오니 기술자들이 멋진 새 모델을 개발해서 포드에게 보였다. 포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새 모델을 망치로 부수어버렸다.

1921년 시장점유율은 포드가 60%, 시보레가 4%였다. 포드에 많이 뒤져 있던 지엠을 구해낸 구원투수는 앨프리드 슬론이었다.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슬론 경영대학원은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는 큰 키에 비쩍 마르고 추위를 많이 타서 내복을 입고 다녔다. 조용한 성격이어서 회의에서 남의 말을 경청하고,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자료를 분석한 뒤에 ‘이렇게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는 취미도 없고 오직 회사 경영에만 매달렸다.

그는 포드의 ‘보편적’ 단일모델에 도전해서 끊임없이 신모델을 개발했다. 포드가 자동차 딜러를 홀대해서 적으로 만든 반면, 슬론은 딜러에 우호적이었다. 그리고 할부판매 전략을 도입해서 대량판매에 성공했다. 그리하여 1927년 마침내 지엠은 포드를 추월할 수 있었고, 그 뒤 한 번도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은 지엠을 구출할 제2의 슬론이 출현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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