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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 어떻게 볼까?

등록 2009-06-14 19:38

이정우/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이정우/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최근 ‘언론소비자 주권 국민캠페인’에서 조중동에 집중적으로 광고를 실어온 대표적 기업에 대해 불매운동을 시작했다. 불매운동 대상 1호는 광동제약이었고, 2호는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에버랜드 등 삼성그룹 5곳이다. 조중동은 일제히 사설과 칼럼 등을 동원해 ‘협박꾼들의 공갈’, ‘자유시장경제 근본 흔드는 폭거’ 운운하면서 이를 비난하고 나섰다. ‘자유시장경제 근본 흔드는 폭거’라는 말은 어쩐지 귀에 익은데, 이는 레이건 대통령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추구하는 비등가치(Comparable Worth) 정책에 반대하면서 한 말과 똑같다. 하지만 비등가치는 자유시장경제의 근본을 흔들기는커녕 남녀간 과도한 임금차별을 완화하는 데 크게 기여해왔다.

불매운동은 영어로 ‘보이콧’이다. 이 말은 1880년 아일랜드의 ‘토지전쟁’에서 유래한다. 아일랜드의 메이오 지방에서 부재지주를 대신해서 토지를 관리하던 찰스 보이콧(Charles Boycott) 대위는 비정한 인간이었다. 보이콧은 지대 경감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요구를 일축했을 뿐 아니라 농민들을 쫓아내 버렸다. 이에 농민들은 폭력수단을 쓰지 않고 온건한 방법으로 보이콧에 대항하기로 했는데, 그것은 보이콧을 일절 상대하지 않는 것이었다. 농민들은 들판에서, 하인들은 집 안에서 일하기를 거부했고, 상인들은 그와 일체의 거래를 끊었다. 심지어 우편배달부도 그에게 편지를 배달하지 않았다. 보이콧의 농작물을 수확하기 위해서 다른 지역 주민 50명이 나서긴 했는데, 피습을 우려하여 군경 1천명이 호위했기 때문에 호위 비용이 수확 농작물 가격을 능가했다. 결국 보이콧은 항복하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보이콧은 여러 나라, 여러 시대에 나타났다. 미국 독립전쟁 때 영국 상품 불매운동, 인도 독립운동에서 간디가 주도했던 영국 상품 불매운동, 중국 5·4운동 때의 일본 상품 불매운동, 미국 남부 몽고메리에서 버스 좌석 차별에 항의한 흑인들의 버스 보이콧, 남아공의 인종차별 정책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에 반대하는 남아공 투자반대 운동 등이 있다. 이처럼 불매운동은 역사적으로 정의에 입각한 정당한 운동이 많다.

선진국에서 불매운동은 합법이다. 자유시장경제에서 매매가 자유이듯, 매매를 거부하는 것도 자유다. 어떤 물건을 사자고 권유하는 것이 자유이듯, 사지 말자고 권유하는 것도 자유다. 유사한 지난번 사건에 대해서 한국 법정도 불매운동은 위법이 아님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지난 2000년 법학교수들이 고발한 삼성 편법승계 건에 대해서는 최대한 수사를 미루고 회피하던 검찰이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검찰은 지난번 미네르바를 구속해서 이미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었고, 최근에는 전임 대통령을 무리하게 수사해서 검찰총장이 사표를 내더니, 이번에는 불매운동을 수사해서 또 망신을 자초하려는가.

이정우/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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