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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최저임금, 과연 높은가

등록 2009-06-28 20:55수정 2009-06-28 23:25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최저임금, 지나치게 높은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시한을 눈앞에 두고 노사간 줄다리기가 계속돼왔다. 최저임금 결정은 일종의 연례행사이지만 올해는 유난히 대립이 첨예하다. 현행 최저임금은 시간당 4000원, 월급으로는 83만6000원이다.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놓고 노동계는 대폭 인상을, 사용자 쪽은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삭감을 주장해왔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위기를 맞아 서민들이 살기 어렵고, 물가도 오르는 판에 저임금 노동자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최후의 밧줄인 최저임금을 삭감하자니 이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 그 자체다.

그러면 한국의 최저임금이 과연 경제에 부담을 줄 만큼 지나치게 높은가? 전혀 그렇지 않다. 필자는 지난해 말에 이 난(<한겨레>12월14일치 28면, ‘최저임금제의 효과’)에서 한국의 최저임금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것을 밝혔다. 이번에 또 문제가 불거졌으니 다시 한번 다른 방법으로 논증해보자. 각국의 평균임금과 비교할 때 한국의 최저임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1987년 도입 후 계속해서 지극히 낮은 수준이었다. 형식적 제도 도입이었고, 약자를 도울 진정한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2000년 이후에는 전보다 인상률을 높여서,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2000년 이후 한국의 최저임금이 과거보다 빠른 속도로 상승해온 이유는 무엇인가? 두 가지다. 하나는 2000년 10월 도입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다. 일을 하든 안 하든 모든 국민에게 국가가 최저한의 생활을 보장해주겠다는 제도다. 중세 영국의 구빈법 전통 이래 ‘열등처우의 원칙’(principle of less eligibility)이란 게 있다. 일하지 않는 빈민이 받는 복지급여는 일하는 노동자의 최하 임금보다 높아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이 원칙과 지나치게 낮은 최저임금이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따라서 뒤늦게나마 최저임금 상향조정이 이루어진 것이다.

또 하나는 정권의 성격이다.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의 집권기를 비교하면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은 공화당 때는 낮고, 민주당 때는 높아서 뚜렷한 대비를 보인다. 폴 크루그먼은 공화당 정권에 의한 최저임금 저하를 미국의 소득분배 악화의 중요한 요인으로 본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보수정권에 비해 지난 10년의 민주개혁정권(보수파는 이를 ‘잃어버린 10년’이라 한다)에서 최저임금이 상대적으로 개선되어 왔다. 그러나 여전히 많이 낮다. 이제 보수적인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최저임금에 대한 공격이 시작된 것은 미국의 경험과 어찌 이렇게 비슷한가. 재계의 최저임금 삭감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그렇다고 대폭 인상도 답이 아니다. 과거 푸에르토리코나 짐바브웨의 경험이 보여주듯 대폭 인상은 무리다. 정답은 무엇인가? 매년 점진적 인상을 계속하는 것이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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