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지금 국회에서 비정규직법 개정을 둘러싸고 여야 대립이 치열하다. 2년 전 이 법을 만들 때 비정규직 고용 시한을 2년으로 정했다. 따라서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기업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2년 이상 쓰려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든지, 아니면 2년이 되기 전에 해고하든지. 그러므로 이 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되는 지난 1일은 중요한 시점이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법을 그대로 두면 7월1일 이후 ‘백만 해고 대란’이 발생할 것이므로 고용 시한을 4년으로 연장하는 법 개정 혹은 법의 시행 유예를 주장해왔다. 이는 문제 해결이 아니고 뒤로 미루는 것이며, 비정규직을 더 확대할 우려가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은 그런 조처가 근본적 해법이 아니라며 반대해왔다. 양쪽의 팽팽한 대치 끝에 7월1일을 넘겼지만 지금까지 해고 대란은 없다. 그래서 정부와 한나라당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서 법을 개악하려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또하나 특이한 사실은 최근 비정규직 해고가 민간 부문이 아니라 공기업, 국회 사무처, 한국방송(KBS) 등 공공 부문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공 부문의 비정규직 해고는 특히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왜냐하면 정규직은 ‘공공재’와 유사한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안정적인 정규직 노동자들은 장기적 시야를 갖고 기업 특수적 기술 연마에 힘쓰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에 유리하다. 하루살이 같은 비정규직이 무슨 애착이 있어 자기 회사의 기술을 열심히 배우겠는가? 또 비정규직에 비해 높은 정규직의 임금과 안정된 일자리는 소비 심리상 지금과 같은 불경기 때 경기회복에 유리하다. 정규직 고용에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플러스의 외부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일본에서는 전통적 종신고용 제도의 장점을 살리려는 움직임이 있다. 정규직이 갖는, 좋은 외부효과에도 불구하고 개별 기업의 미시적 관점에서는 우선 당장 돈이 아까워 비정규직을 선호한다. 이는 어두운 골목에 가로등이 필요한 건 모두들 알면서도 내 돈 내고 설치하라면 기피하는 인간 심리와 비슷하다. 가로등은 공공재이므로 정부가 공급하듯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도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 정부가 나서서 민간 기업에 정규직 채용을 권장하고, 특히 불경기 때는 정규직 채용 장려금도 고려할 만하다. 정부 스스로 정규직 채용을 늘리는 솔선수범도 필요하다. 그런데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공공 부문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솔선수범은 못할망정 오히려 해고에 앞장서다니! 공공재 파괴에 앞장서는 공공 부문은 공익기관 대신 스스로 ‘공공의 적’이 되려는가?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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