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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맥나마라의 추억

등록 2009-07-19 21:33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전 미국 국방장관 로버트 스트레인지 맥나마라(1916~2009)가 이달 초 세상을 떠났다. 그는 케네디, 존슨 정부 때 7년 동안 국방장관으로서 월남전을 총지휘했던 인물이다. 그래서 월남전을 ‘맥나마라의 전쟁’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는 자기 이름처럼 특이한 인생을 살았다. 버클리에서 경제학, 하버드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하버드 경영대학원 최연소 교수. 포드 자동차에 입사하여 승승장구, 44살에 포드 가문이 아닌 최초의 포드자동차 사장. 케네디의 제안을 받고 국방장관 취임. 그러나 정당성 없는 월남전에서 5만8000명의 무고한 미국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어 그는 전범으로 지탄받았다. 반대로 그나마 맥나마라가 그 자리에 있어 호전적 장군들을 통제해서 사태의 악화를 막았다고 그를 옹호하는 사람도 있다.

그는 전쟁 방향을 놓고 존슨 대통령과 불화 끝에 1968년 사임하고, 바로 세계은행 총재가 됐다. 13년간 총재로 있으면서 맥나마라는 세계은행 운영 방침을 빈국의 빈민들을 돕는 방향으로 전환시켰다. 그때까지 투자·성장 중심이던 사고방식을 빈곤퇴치·분배 개선으로 전환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는 빈국의 교육, 보건, 식량 문제 개선에 힘을 쏟았다. 1981년 세계은행 총재 퇴임 때 맥나마라는 빈국의 실정에 무지한 부국 사람들을 질타하면서 빈민들을 도울 것을 역설하는 연설을 울면서 했고, 청중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퇴임 뒤에는 반핵, 평화운동에 힘을 쏟았고, 부시의 이라크 침공을 정면 비판했다. 2004년에는 월남전 때 반전운동의 핵이었던 모교 버클리대학의 초청을 받고 “20세기 인류는 무려 1억6000만명을 살해했지만 21세기에는 결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연설했다. 한 사람에게 이처럼 전쟁과 평화, 영광과 오욕이 겹치는 경우도 드물 것이다.

그의 천재성을 보여주는 일화는 많다. 그는 반드시 서면보고를 요구했는데, 이유는 “그들이 말하는 속도보다 내가 읽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하루는 장군들이 수많은 차트를 넘기면서 맥나마라 장관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 듣고 있던 맥나마라가 “잠깐! 이 차트는 아까 차트와 모순된 내용”이라고 말하기에 되돌아가 보니 맥나마라의 지적대로였다는 전설도 내려온다. 마치 임진왜란 뒤 일본을 방문한 사명대사가 지나는 길에 일본 당국이 자랑스레 병풍을 끝없이 늘어놓았는데, 소감을 묻자 사명대사가 몇 번째 병풍에 글자가 틀렸더라고 지적해서 일본의 기를 죽였다는 일화를 연상시킨다.

맥나마라는 데이비드 핼버스탬이 쓴 <최고의 천재들>이란 베스트셀러에 등장하는 대표적 천재다. 미국 수뇌부에 포진했던 천재들이 월남전을 맞아 왜 그렇게 바보같이 판단 착오하고 수렁에 빠졌나 하는 것이 핼버스탬의 문제의식이었다. 불세출의 언론인 핼버스탬도 2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타계하고, 그가 마지막 남긴

<가장 추운 겨울>이란 한국전쟁을 다룬 책이 막 출판되었기에 옛날 기억을 더듬어 본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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